서울시가 민간 청소대행업체의 경영 투명성 확보 및 환경미화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쓰레기 처리 준(準)공영제를 내년부터 도입한다. 준공영제 시행에 따른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내년부터 서울 종량제봉투값이 대폭 인상될 전망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민간 청소대행업체들이 담당하는 생활쓰레기 수거 방식을 현 독립채산제에서 내년부터 도급실적제로 바꿀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독립채산제란 민간 청소대행업체가 쓰레기종량제 봉투의 수익을 가져가는 대신 쓰레기 처리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 생활쓰레기는 25개 자치구와 민간 대행업체가 절반씩 처리하고 있다. 서울시 내 전체 환경미화원 5608명 중 60% 이상인 3049명이 민간업체 소속이다.

그동안 민간 대행업체가 종량제봉투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돼 업체의 경영 투명성이 저하되고, 환경미화원의 처우가 악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서울 중구 기준으로 20L들이 쓰레기종량제봉투값은 340원이다. 제조원가 25원, 처리비 35원, 판매수익 20원, 운반비 260원으로 구성된다. 이 중 80%에 달하는 운반비를 업체가 가져가는 셈이다. 그럼에도 자치구 소속 환경미화원의 월급이 약 430만원인 데 비해 민간업체 월급은 24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또 대행업체가 특정 자치구와 10년 넘게 수의계약을 맺으면서 다른 업체가 진입하지 못하게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내년부터 현 독립채산제를 폐지하고 지역도급제나 당 수거제 등의 도급실적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당 수거제는 수거한 쓰레기 양에 비례해 그 비용만큼을 민간업체에 주는 것이다. 지역도급제는 특정 지역을 청소하는 대가로 일정 금액을 주는 방식이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관계자는 “기존 민영화 방식에서 서울시가 업체들에 비용을 지불하는 준공영제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도급실적제 등 쓰레기 처리 준공영제 도입으로 추가 소요되는 예산은 400억원으로 추정했다. 추가 예산엔 2016년까지 민간업체 환경미화원 월급을 현 240만원에서 290만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서울시는 2016년 이후부터 시와 자치구에서 쓰레기를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직영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완전 직영화엔 연간 25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 예산은 종량제봉투값 인상분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현재 20L 기준 평균 300원대 중반인 종량제봉투값을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500원대 중반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종 인상 계획은 오는 6월 나오는 서울연구원의 ‘폐기물 처리 혁신대책’ 관련 용역 결과에 맞춰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다른 시·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종량제봉투값을 최소한 광역자치단체 평균에 맞춰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독립채산제

특정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수입으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생활쓰레기 수거사업을 민간 청소대행업체에 일임해 종량제봉투 판매 수익을 보장하는 대신 쓰레기 처리비용을 부담토록 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