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수 없는 임대차 과세…탈세보다 절세로
‘나도 월세나 받아볼까.’

많은 샐러리맨들은 은퇴 후 작은 주택이나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을 사서 월세 받는 것을 ‘노후의 로망’으로 생각한다. 최근 오피스텔에 대한 청약 열기는 가중되는 노후의 불안을 반영한다. 노후의 안온한 삶을 지켜줄 언덕으로 수익형 부동산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에서는 월세라는 현금소득이 발생한다. 그래서 항상 세금 문제가 뒤따른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은 있기 마련이다. 그동안 주택 임대의 경우 세금이 이슈로 부각되지 않았다. 투명한 과세를 하는 상업용 건물 임대와 달리 ‘과세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정부도 주택임대 소득에 대해 느슨한 과세를 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절반 수준인 5%대에 머물 만큼 태부족이다 보니 민간이 대신 나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했던 것이다. 집주인은 임대료, 특히 월세를 받고 세금을 내지 않아도 별 탈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세입자가 내는 월세에 연말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하고 전산시스템이 확대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바로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받은 월세소득이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제 주택임대도 지하경제에서 벗어나 양성화되면서 제도권으로 급속히 편입되고 있다. 최근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시장이 혼란스럽다. 집주인들은 고민 속에 전세를 놓을까, 월세로 놓을까 저울질하고 있다. 세금 부담은 차치하고 번거롭게 신고하는 그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도 나온다.

이번 조치로 주택 임대수익 상품인 다가구주택,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소형아파트 매매시장은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임대소득에 대한 투명한 과세는 대세의 흐름이다. 요즘 거액자산가들에게 세금 문제가 큰 고민거리가 됐다. 세금 무서워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못하겠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그만큼 세금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택 임대소득 과세를 피하기 위한 꼼수는 금물이다. 약간의 세금 부담을 줄이려다가 나중에 감당하지 못할 더 큰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부동산 각 단계의 과세 절차는 앞으로 더욱 투명해질 전망이다. 이는 부동산이 비즈니스 단계를 넘어 산업화하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분야가 산업이 되려면 종사자들의 윤리의식과 함께 투명한 과세가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산업시대는 개인 투자자도 도덕군자 이상의 윤리성과 투명성이 필수적이다. 이래저래 앞으로 재테크보다 세테크가 더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 같다.

박원갑 < 국민은행 WM사업부 부동산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