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실수로 손실난 ELS 누구 책임?
2011년 2월10일 KB금융과 현대자동차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KDB대우증권 주가연계증권(ELS) 5005회에 2000만원을 투자한 개인투자자 B씨는 작년 9월10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PGI가 크레디리요네(CLSA)를 통해 KB금융 주식 약 14만5000주 매도주문을 내 주가가 오전 9시10분께 전일 종가(3만6550원)보다 14.91% 하락한 3만1100원까지 떨어져서다.

B씨는 KB금융 주가가 만기 때(지난 2월6일) 3만1661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19.2%씩 3년 동안 총 57.6%(1152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작년 9월10일 예기치 못한 KB금융 주가급락 사태로 지난달 6일 36.77%(735만4000원)의 ‘손실’이 확정됐다. B씨는 “은퇴 후 노후자금 마련 목적으로 ELS에 투자했는데 억울하게 손실을 냈다”고 말했다.

B씨와 같은 KDB대우증권 ELS 5005회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에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으나 금감원은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PGI의 매도주문을 ‘불공정거래’가 아닌 ‘단순 주문 실수’로 결론냈고 PGI와 ELS 투자자들 간에 직접적인 금융계약이 없었기 때문에 ‘분쟁조정(투자자와 금융회사 사이에 발생한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감원이 운영하는 분쟁조정제도)’ 대상이 아니라서다.

금감원은 작년 9월10일 ‘KB금융 주가급락 사태’의 원인이 된 미국계 자산운용사 PGI의 대규모 매도주문을 ‘단순 실수’로 결론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문을 낸 PGI와 CLSA, 한국거래소로부터 매매내역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불공정거래’가 아닌 ‘단순 실수’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LS 5005회 투자자들이 지난달 11일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금감원은 2월27일 ‘분쟁조정 대상이 아니다’는 내용의 회신문을 발송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PGI와 ELS 투자자 간에 직접적인 거래가 없기 때문에 분쟁조정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판매사인 KDB대우증권과 PGI의 주문을 받아 처리한 CLSA도 발을 빼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상품 설계와 판매만 담당했을 뿐 PGI의 주문에 대해선 아무 연관이 없다”고 했고, CLSA는 “PGI의 주문을 받았을 뿐이기 때문에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이 없다”는 뜻을 금감원을 통해 밝혔다.

이에 대해 ELS 투자자들은 “금감원과 판매사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한 ELS 5005회 투자자는 “앞으로 주문 실수에 따른 주가 급락 사태가 발생해도 투자자들은 눈 뜨고 당하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ELS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전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소송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피해자들이 손실을 보전할 가능성이 있는 방안으론 PGI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밖에 없다”며 “3~4명의 투자자가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