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영향으로 카드사 간 시장점유율(MS)에 따른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보유출 당사자인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의 점유율은 급락한 반면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점유율은 껑충 뛰었다. 다른 은행계 카드사의 점유율도 동반 하락했다. 하지만 정보유출이 있었던 롯데카드의 점유율은 설 연휴 영향으로 오히려 높아졌다.

◆은행계 카드사, 점유율 동반 하락

3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의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이용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정보유출 사태가 터진 지난 1월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KB국민카드는 작년 12월 말 14.6%에서 13.9%로 0.7%포인트 떨어졌다. NH농협카드의 1월 말 시장점유율도 작년 12월 말보다 0.6%포인트 내려간 9.2%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반사이익을 봤다. 삼성카드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12월 말 12.1%에서 1월 말 13.5%로 1.4%포인트나 상승했다. 삼성카드는 2위 업체인 KB국민카드와의 격차를 2.5%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좁혔다. 현대카드도 11%에서 11.6%로 0.6%포인트 올랐다. 삼성카드가 조만간 2위를 탈환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신용카드 점유율만 놓고 보면 1월 말 기준 신한(21.1%) 삼성(15.4%) 현대(13.2%) KB국민(12.8%) 등의 순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 5000억원을 투입해야 시장점유율 1%가 오른다고 할 정도로 업계의 MS 경쟁은 치열하다”며 “삼성과 현대카드는 수천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절약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은행계열 카드사의 시장점유율은 약간 낮아졌다. 신한카드가 0.2%포인트 하락한 것을 비롯해 하나SK카드가 0.3%포인트, 우리카드가 0.7%포인트 떨어졌다. 고객 정보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가 하락하면서 정보유출이 없었던 은행의 계열 카드사들도 동반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유출 3사 중 하나인 롯데카드의 점유율은 0.6%포인트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1월 말 설 연휴가 있어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이용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롯데카드는 유통 계열사 멤버십으로 서로 제휴돼 있어 회원들의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업계, 시장 위축 지속될 우려

업계는 예상보다 빠른 시장의 반응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1월8일 정보유출 사고가 터진 뒤 소비자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시장점유율이 크게 변동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KB국민, NH농협, 롯데카드의 신규 영업이 5월16일까지 정지되기 때문에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정지 기간에 다른 카드사로 옮겨 타는 회원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점유율 변동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전체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카드업계가 카드업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 탓에 신상품이나 새 서비스 출시를 미루거나 출시하더라도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