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의원이 제3의 통합 신당을 창당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새정치연합은 아직 설립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합당 선언과 다름없다. 양측이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을 공천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통합까지 전격 합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통합 합의 역시 무슨 정치적 철학이나 가치의 공유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정치 산술적 연대에 불과하다. 오로지 지방선거 판도를 새누리당과의 양자 구도로 바꿔야 유리해진다는 정략적 판단의 산물이다. 민주당은 새정치연합 등장으로 지지도가 크게 위협받고, 새정치연합은 후보도 없고 조직도 없었기 때문에 세불리를 절감해왔던 상황이다.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몰가치한 구태 정치의 민낯을 또다시 확인하게 된다.

김 대표의 민주당도 그렇지만 특히 안철수 신당이 표방해왔던 새로운 정치는 어이없게 무너지고 말았다.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길이 아니라며 제3의 정당을 차려 새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던 게 불과 엊그제다. 지난 대선 때는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가 아니라며 민주당 입당을 한사코 거부했고, 자신의 신당과 지방선거 준비과정에서는 선거 승리만을 위한 연대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단번에 말을 바꿔 자신의 신당을 걷어차고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돌아서버렸다. 이럴 때 하는 말이 다르고 저럴 때 하는 말이 다르다. 도대체 그가 말하는 새 정치란 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사실 정치 철학과 이념이 문제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서 철학도 없고 추구하는 가치도 없다. 이렇게 해도 새 정치요, 저렇게 해도 새 정치라는 식이다. 국민을 향해 이름만 보고 따라오라는 모양새다. 허상이 벗겨지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는 양보했고 대선후보는 중도하차했다. 이제 창당도 하기 전에 합당이다. 시류에 따라 말이 바뀐다. 지방선거를 치르려고 이렇게 무원칙 무철학 무비전의 야합을 한다면 앞으로 총선·대선 때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포말정치는 이미 여러 사람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