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버지니아주 한인들이 보여준 힘
지난주 미국 버지니아주 의회에서 동해 병기(倂記) 법안이 최종 통과됐다. 이는 해외 동포사회가 국력의 연장선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쾌거이자 미국 내 한인사회가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동해 교육이 가능해졌다는 상징성도 크다. 버지니아는 텍사스 등 남부 6개 주와 교과서 협력 관계여서 동해 병기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일본은 현재 역사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위안부 문제와 독도 영유권, 동해 표기 등에서 일본의 도발로 한·일 관계는 급격히 경색됐다. 문제는 어느 쪽이 세계가 공감하는 논리로 여론을 움직이느냐이다. 한인사회가 조직적이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주의회를 설득한 것은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설정하는 데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이 이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지만 한인사회가 힘을 모으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에드 로이스 미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이 위안부 소녀상을 참배하며 “일본의 전쟁 범죄는 학교에서 배워야 할 역사”라고 말했다. 외교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하원 외교위원장의 소녀상 참배는 잇달아 과거사 도발을 자행하는 일본 정부에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정부는 재외동포들이 거주국에서 정치력·영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복수 국적 허용을 일례로 들 수 있다. 글로벌 시대에 국경 개념이 사라진 만큼 재외동포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네트워크를 연결해 어디서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국적을 바꾸면 한국에 있는 재산과 관련해 불이익을 받거나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미국에서 투표권이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복수국적을 허용해 교민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현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야 한다.

재외동포는 단순히 지원 대상이 아니라 국력 신장의 첨병이며, 현 정부의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보고(寶庫)이다. 재외동포는 국력 신장에 도움을 주고, 국가는 재외동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상생의 협력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해외에서 교육받고 우리와 다른 문화를 익힌 인재들을 국내에 투입하면 경제 활성화에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재외동포는 외교적으로도 주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미국 연방의회의 일본 위안부 강제 동원 비난 결의안 통과 뒤에도 재미 한인단체의 막후활동이 있었다. 이런 재외동포의 외교적 지원은 한반도 안정과 미래 남북 통일과정에서 큰 힘이 될 것이다. 앞으로 미국에서 동해 병기 법안 확산을 막기 위한 일본의 방해는 더욱 노골화할 가능성이 크다. 재미 한인단체에 국민적인 관심과 성원을 보내야 할 때다.

조규형 <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