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채권매입 프로그램(양적완화)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옐런 의장은 27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테이퍼링 기조를 중단하려면 경제전망에 상당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최근 경제지표가 나빠진 것은 올겨울 비정상적인 한파 탓일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소매지출 0.4% 감소, 제조업생산 0.3% 감소, 기존 주택판매 건수 5.1% 감소 등 악화된 경기지표가 잇따르면서 경기회복세가 꺾인 것 아니냐는 비관론과 함께 Fed가 테이퍼링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옐런 의장은 이런 가능성을 일단 배제한 것이다.

옐런 의장은 “여러 지표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을 밑돌았다”면서도 “일부는 날씨 탓일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경기지표 둔화가 날씨 탓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테이퍼링 속도를 바꿀 것이냐’는 찰스 슈머 상원 의원(뉴욕주·민주)의 질문에 “양적완화 축소에 정해진 코스가 없다”며 “하지만 기대대로 경기가 회복된다면 가을 쯤에는 테이퍼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전망에 심각한 변화가 있다면 테이퍼링 기조를 재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Fed는 지난 1월부터 100억달러씩 두 차례의 테이퍼링으로 현재 월 650억달러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옐런의 발언은 오는 3월18~19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채권 매입 규모를 100억달러 더 줄일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클 가펜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옐런 의장이 부진한 경기지표를 우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옐런 의장의 비교적 낙관적인 경기전망에 힘입어 뉴욕증시는 이날 상승했다. S&P500지수는 9.13포인트(0.49%) 상승한 1,854.29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편 옐런 의장은 백악관과 의회예산국(CBO) 간에 벌어진 ‘임금인상과 일자리 감소 논쟁’에서 CBO 편을 들었다. CBO가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50만개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자 백악관이 “과장된 논리”고 반박했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28일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4%(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발표한 잠정치 3.2%보다 0.8%포인트 하락했고, 전문가들의 예상치(2.5%)보다도 소폭 낮았다. 소비지출과 수출이 예상보다 낮게 나온 탓이라는 분석이다.

워싱턴·뉴욕=장진모/유창재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