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더 뉴 CLS 250 CDI', 물 흐르 듯 우아한 몸매…연비까지 아름답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살아있는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1964년 2월25일 시합을 앞두고 상대 선수인 소니 리스턴에게 한 말이다. 나비처럼 부드럽게 상대의 공격을 피해 가면서 벌침처럼 매운 펀치를 날리겠다는 뜻이다. 멋지다.

이 문장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지난해 말 내놓은 신차 ‘더 뉴 CLS 250 CDI’에 잘 어울린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구성된 외관은 아름답지만, 디젤 특유의 가속력으로 무장한 날렵한 몸놀림은 도로 구석구석을 찌르며 공략해갔다.

차체는 전체적으로 낮고 넓다. 굳이 높이(1430㎜)와 너비(1885㎜)가 비슷한 체급인 E클래스(1470㎜, 1855㎜)와 비교해보지 않아도 자세부터가 다르다. 전면부의 툭 튀어나온 라디에이터 그릴은 양옆으로 길게 뻗어 이런 자세를 더 돋보이게 한다. 바람이 타고 지나간 듯한 전체적인 매무새는 보기도 좋고 기능성도 만점이다. 이 차량의 공기저항계수는 0.26Cd로 이전 1세대 모델(0.3Cd)보다 한층 개선됐다. 공기저항계수가 낮을수록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이 차의 백미는 문을 열어놨을 때다. 창문틀이 없는 창은 일반 세단보다 개방감이 크고 스타일이 한층 세련됐다.

흔히 쿠페의 단점으로 지적받는 것 중 하나가 시야 확보다. 주행 성능 향상을 위해 자세를 낮추고 전면부 창의 각도를 눕히는 바람에 운전자가 앞을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CLS는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한 듯하다. 시트 포지션이 낮지만 시야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것일까. 달려보니 벌침을 놓을 기세로 맹렬하게 치고 나간다. 이 차에는 최고 출력 204마력짜리 2143㏄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이 7단 변속기와 함께 탑재돼 있다. 51㎏·m의 최대 토크가 1600~1800rpm이라는 낮은 엔진 회전 영역에서 터져 나와 가공할 만한 가속력을 느낄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를 꾹 밟으면 몸이 시트에 파묻힐 정도다. 뒷심도 좋아 금세 고속 구간으로 진입했다. 강한 추진력에 민첩한 핸들링이 더해지면서 꿀벌이 이 꽃 저 꽃을 공략하듯 빠른 방향 전환을 가능케 했다.

이 차의 화룡점정은 연비다. 복합연비가 15.6㎞/L로 실용성까지 갖췄다. 차값이 9020만원으로 비싼 게 사실이지만 CLS는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한다. 하나 아쉬운 점은 독일 본사가 직접 개발한 한국형 통합 내비게이션이 영 손에 익지 않는다는 것. 차라리 국산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