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벤처투자 인력 벌써 몸값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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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조 정부 돈 따내자"
朴 대통령 한마디에 '제2 벤처 버블' 조짐
朴 대통령 한마디에 '제2 벤처 버블' 조짐
▶마켓인사이트 2월27일 오후 3시20분
경력 10년차인 40대 초반 벤처 캐피털리스트 A씨는 올해 초 유력 벤처캐피털로 이직했다. 연봉계약서에 서명한 금액은 종전보다 50% 늘어난 2억원. 벤처펀드를 만들면 결성액의 1%를 인센티브로 받기로 했다. 300억원짜리 모집에 성공하면 3억원을 더 가져가는 식이다.
이달 초 핵심 펀드매니저를 경쟁사에 뺏긴 B벤처캐피털은 펀드 결성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연기금 한 곳이 당초 약속한 출자액을 크게 깎았기 때문이다. 연봉과 직급을 올려준다는 회사로 떠나겠다는 매니저를 붙잡는 일은 불가능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각종 연기금, 투자회사들이 벤처펀드 출자사업을 앞다퉈 쏟아내면서 펀드매니저 몸값이 치솟고 있다. 펀드 조성부터 운용까지 총괄하는 대표매니저의 연봉은 ‘부르는 게 값’이 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벤처생태계 조성에 앞으로 3년간 4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벤처캐피털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 중인 760여명의 벤처투자 전문인력 중 자신의 이름을 걸고 외부 출자기관에서 돈을 받아 벤처펀드를 결성할 수 있는 ‘대표 매니저급’은 80명 안팎이다.
이 중 대표이사와 본부장 등을 제외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수석팀장과 이사급 인력은 40명 정도다. 이들은 10년 이상 업계에 몸담으며 투자 역량을 검증받고, 투자 회수 성공 사례가 있는 인력으로 운용사들엔 ‘가장 영입하고 싶은, 또는 1순위로 지켜야 하는’ 핵심 인재풀이다.
수억대 연봉에 인센티브까지…벤처캐피털리스트 쟁탈전
벤처캐피털리스트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벤처캐피털에 돈을 대는 모태펀드와 국민연금, 정책금융공사, 성장사다리펀드, 각종 공제회 등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동시 다발적으로 벤처펀드 출자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이에 비해 안정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만한 검증된 인력은 크게 부족하다. 새로 펀드를 조성해야 하는 운용사들엔 풍부한 트랙 레코드(track record·실적)를 갖고 있는 핵심인재를 확보하는 게 펀드 레이징의 ‘관건’인 만큼 인재를 영입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두 달 새 세 건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는 대표매니저 C씨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연봉을 크게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며 “인력 영입을 시도하는 벤처캐피털들은 최소 30~50%가량 상향된 수억원대의 연봉과 한 단계 높은 직급을 제시하고, 각종 인센티브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벤처캐피털 핵심 인력의 ‘품귀현상’과 ‘연봉 상승’이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능력있는 인재들을 벤처투자 업계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좋은 인재들이 벤처투자 업계에 모여들면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벤처 기업을 발굴해 우량기업으로 키워내는 벤처펀드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해 ‘제2 벤처붐’이 일 수도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유상훈 한국벤처투자 차장은 “증권사 등 금융업종에 종사했던 인력뿐 아니라 게임, 엔터테인먼트, 정보기술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벤처캐피털 업계로 넘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벤처펀드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문 인력 쟁탈전을 좋지 않은 징후로 보는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묻지마식 벤처자금’을 챙기려는 검은손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다.
국내 운용 인력 수준을 감안하지 않고, 정부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벤처펀드를 조성하면서 매니저들의 몸값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핵심 인력 한두 명의 이동에 따라 벤처자금 수백억원이 왔다 갔다하다 보니, 운용사들이 치열하게 인력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벤처투자 업계에 경력을 보유한 인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계 전문가들이 펀드의 운용인력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벤처 펀드매니저 운용자격 등 제도를 손질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
경력 10년차인 40대 초반 벤처 캐피털리스트 A씨는 올해 초 유력 벤처캐피털로 이직했다. 연봉계약서에 서명한 금액은 종전보다 50% 늘어난 2억원. 벤처펀드를 만들면 결성액의 1%를 인센티브로 받기로 했다. 300억원짜리 모집에 성공하면 3억원을 더 가져가는 식이다.
이달 초 핵심 펀드매니저를 경쟁사에 뺏긴 B벤처캐피털은 펀드 결성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연기금 한 곳이 당초 약속한 출자액을 크게 깎았기 때문이다. 연봉과 직급을 올려준다는 회사로 떠나겠다는 매니저를 붙잡는 일은 불가능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각종 연기금, 투자회사들이 벤처펀드 출자사업을 앞다퉈 쏟아내면서 펀드매니저 몸값이 치솟고 있다. 펀드 조성부터 운용까지 총괄하는 대표매니저의 연봉은 ‘부르는 게 값’이 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벤처생태계 조성에 앞으로 3년간 4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벤처캐피털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 중인 760여명의 벤처투자 전문인력 중 자신의 이름을 걸고 외부 출자기관에서 돈을 받아 벤처펀드를 결성할 수 있는 ‘대표 매니저급’은 80명 안팎이다.
이 중 대표이사와 본부장 등을 제외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수석팀장과 이사급 인력은 40명 정도다. 이들은 10년 이상 업계에 몸담으며 투자 역량을 검증받고, 투자 회수 성공 사례가 있는 인력으로 운용사들엔 ‘가장 영입하고 싶은, 또는 1순위로 지켜야 하는’ 핵심 인재풀이다.
수억대 연봉에 인센티브까지…벤처캐피털리스트 쟁탈전
벤처캐피털리스트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벤처캐피털에 돈을 대는 모태펀드와 국민연금, 정책금융공사, 성장사다리펀드, 각종 공제회 등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동시 다발적으로 벤처펀드 출자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이에 비해 안정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만한 검증된 인력은 크게 부족하다. 새로 펀드를 조성해야 하는 운용사들엔 풍부한 트랙 레코드(track record·실적)를 갖고 있는 핵심인재를 확보하는 게 펀드 레이징의 ‘관건’인 만큼 인재를 영입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두 달 새 세 건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는 대표매니저 C씨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연봉을 크게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며 “인력 영입을 시도하는 벤처캐피털들은 최소 30~50%가량 상향된 수억원대의 연봉과 한 단계 높은 직급을 제시하고, 각종 인센티브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벤처캐피털 핵심 인력의 ‘품귀현상’과 ‘연봉 상승’이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능력있는 인재들을 벤처투자 업계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좋은 인재들이 벤처투자 업계에 모여들면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벤처 기업을 발굴해 우량기업으로 키워내는 벤처펀드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해 ‘제2 벤처붐’이 일 수도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유상훈 한국벤처투자 차장은 “증권사 등 금융업종에 종사했던 인력뿐 아니라 게임, 엔터테인먼트, 정보기술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벤처캐피털 업계로 넘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벤처펀드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문 인력 쟁탈전을 좋지 않은 징후로 보는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묻지마식 벤처자금’을 챙기려는 검은손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다.
국내 운용 인력 수준을 감안하지 않고, 정부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벤처펀드를 조성하면서 매니저들의 몸값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핵심 인력 한두 명의 이동에 따라 벤처자금 수백억원이 왔다 갔다하다 보니, 운용사들이 치열하게 인력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벤처투자 업계에 경력을 보유한 인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계 전문가들이 펀드의 운용인력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벤처 펀드매니저 운용자격 등 제도를 손질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