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2시 서울대 졸업식이 열린 관악캠퍼스 체육관. 오연천 서울대 총장은 “여러분의 진로는 항상 밝고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란 다소 어두운 축사를 읽어 내려갔다. 졸업생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오 총장은 이어 “실패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영감과 교훈을 얻는다면 성공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대학 졸업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대학 총장들은 졸업생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내용으로 축사를 많이 했다. 올해 대학 총장들의 축사에는 취업난과 청년실업을 반영하듯 걱정의 목소리가 묻어났다.

○취업난…역경 극복 메시지 늘어

‘역경을 이겨내자’는 메시지는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지난 25일 졸업식 축사에서 “찬송가 중에 ‘큰 물결 일어나지만, 이 풍랑 인연하여 더욱 빨리 갑니다’란 구절이 있다”며 “인생의 큰 그림을 생각하고 대처하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또 “언제 어느 곳에서나 역사를 만들어가는 글로벌 리더의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임덕호 한양대 총장은 20일 졸업식에서 동화의 아버지 안데르센을 예로 들었다. 그는 “안데르센은 가난해서 ‘성냥팔이 소녀’를 쓸 수 있었다”며 어려움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성공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화여대에서는 유리천장이란 현실이 언급됐다. 김선욱 총장은 24일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 가시적·비가시적 차별을 겪을 수 있다”며 “일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에 한 개인이 맞서기는 쉽지 않다”고 전제했다. 이어 “졸업생들은 자신을 수양하고, 조직을 이해하며, 여성 전문인으로서 당당하고 유연하게 조직문화를 바꿔나가는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창의적 사고·과감한 도전’ 강조

총장들은 졸업생들에게 창의적 사고와 과감한 도전을 제안했다. 정갑영 총장은 “기존 지식의 틀을 넘어 융합과 창의적 사고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자”고 강조했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18일 “글로벌 프런티어 기상을 익힌 만큼 세계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창의적으로 융합하고 실험적으로 도전하라”고 역설했다. 오연천 총장은 “미래의 주역인 졸업생들이 희망의 중심부에 서서 각자의 포부를 실현하고 창조적 가치를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휴머니즘과 사회적 책임·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도 많았다. 김병철 고려대 총장은 25일 ‘공선사후(公先私後)의 가치관’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의 근본적 정신은 휴머니즘”이라며 “불우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하자”고 당부했다.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융합적으로 리드하라”며 “개인의 성공은 물론 국가와 사회를 위한 무거운 짐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인원 경희대 총장은 21일 열린 졸업식에서 작년에 타계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를 거론하며 ‘인류의 복리’를 강조했다.

김태호/박상익/이지훈/홍선표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