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한·김윤 등 잇단 고사…경총 회장 공석 또 길어지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직 공석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 이희범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27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 선임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6일 재계 등에 따르면 경총은 27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장단과 회원사 대표 200여명이 참석하는 정기총회를 열 예정이지만 차기 회장 후보를 아직 찾지 못했다. 경총 관계자는 “27일 정기총회에서는 회장 선임이 어렵다”며 “큰 안건이 없어서 총회를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초 LG상사 경영에 전념하겠다며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6월 LG상사 고문으로 추대된 데 이어 11월 부회장에 선임됐다. 이후 경총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총은 이 회장 이전에는 전문 경영인이 아닌 기업 오너가 회장을 맡았다는 점을 고려해 오너 중심으로 후보를 물색했다. 경총 회장단 중 이장한 종근당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등이 물망에 올라 한때 이장한 회장으로 뜻이 모아지기도 했지만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은 차기 회장을 세우기 위해 회장단이 아닌 외부 인사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10년처럼 회장직 공백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010년 2월 이수영 OCI 회장이 경총 회장을 그만두면서 그 해 9월 이희범 회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7개월가량 회장이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

재계에서는 경총이 주로 노사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기업인들이 부담을 느끼고 회장직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임금 노사 협상과 정년연장 후속 조치, 근로시간 단축 등 노사 간 첨예한 현안이 많아 이른 시일 안에 새 회장을 뽑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경총 회장은 명예직이어서 공석이 되더라도 사무국 운영 등에 큰 문제는 없다. 다만 다양한 노사 이슈에 대한 재계 목소리를 내는 데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사 협상으로 풀어야 할 굵직한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회장직 장기 공석은 경총의 위상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