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추기경 서임식 때 내게 갑자기 큰소리로 ‘한국을 사랑합니다’라고 하셔서 저도 ‘우리 한국인들도 교황님을 사랑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교황께서 한국을 사랑하시기에 꼭 방문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사진)은 지난 24일 이탈리아 로마 한인신학원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이같이 말했다. 염 추기경은 “교황께 직접 방한을 건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교황께선 격식을 다 없애는 분이라 다른 때 했던 알현식과 추기경 공동 점심도 하지 않았다”며 그럴 기회가 없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교황에 대한 방한 요청은 지난해 주교단이 오는 8월이 아니라 태풍이 지나간 다음 10월 마지막 토요일(25일)에 오셨으면 좋겠다고 건의한 바 있다”고 전했다.

염 추기경은 “중국과 북한은 복음이 전해지면 나라가 망한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은데 복음의 목적은 신뢰관계 속에서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누구를 쓰러뜨리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께서도 북한을 위해 특별히 기도한다고 하셨는데, 북한의 붕괴가 아니라 변화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정치권에 대해 충고를 요청하자 염 추기경은 “한국은 역동적인 나라다. 서로 자기주장만 옳다고 할 게 아니라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맞춰 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사회는 90분을 싸우고 10분 만에 빨리빨리 일을 처리할 만큼 역동적인데, 이런 역동성으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남한뿐 아니라 북한에도 이산의 고통을 겪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고통을 받는 가족들과 함께하고 같이 해결해 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입니다. 교황님과 추기경단 앞에서 이 문제를 이야기했고 회의 후 많은 추기경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염 추기경은 2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