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 전략 '고급화  → 가격경쟁력'으로 바꾼다
기대했던 혁신은 없었다.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5 언팩(공개행사)’에서 갤럭시S3나 S4 발표 때처럼 ‘가장 빠른’ ‘가장 큰’ ‘세계 최초’ 같은 화려한 수식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내실에 충실했다. 갤럭시S5엔 사용자의 손이 많이 갈 기능만 넣었다. 신종균 삼성전자 IM(정보통신·모바일) 부문 사장은 이날 스마트폰 갤럭시S5를 소개하며 “사람들은 복잡한 기술을 원하지 않는다”며 “사용자들이 원하는 건 내구성 있는 성능과 디자인, 매일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화려한 기능과 고가 부품을 넣는 대신 사용 편의성에 무게를 두면서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전략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경쟁’으로 전략 바꾼다

삼성전자가 ‘고급화 경쟁’에서 벗어나 ‘가격 경쟁’으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하드웨어에 있다. 갤럭시S5의 두께는 오히려 갤럭시S4보다 두꺼워졌고 무게도 늘었다. S4는 두께 7.9㎜에 무게 133g이지만 S5는 8.1㎜에 145g이다. 디스플레이는 갤럭시S4(4.99인치)보다 0.1인치 커진 5.1인치다.

매년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디스플레이 화질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갤럭시S5는 그렇지 않았다. 이 제품엔 S4와 같은 풀HD 디스플레이에 쿼드코어 AP가 내장됐다. 메모리 용량은 스마트폰 속도와 성능 개선에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갤럭시S5는 기존 제품보다 메모리 용량이 적어졌다. 갤럭시노트3엔 3기가바이트(GB) 메모리램이 내장됐지만 S5에는 한 단계 낮은 2GB짜리가 탑재됐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갤럭시S5 판매량은 삼성전자에 사활이 걸린 문제다. ‘스마트폰의 사양이 쓸데없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기기의 사양을 더 높이지 않는 대신 가격을 낮춰 판매량을 늘리려는 의도인 것이다. 삼성은 4월11일 150개국 출시를 앞두고 통신사들과 출고가를 논의 중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출고가 역시 갤럭시S4(95만4000원)보다 낮은 가격에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생활에서 유용할 기능만”

갤럭시S5에는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기능만 추려 넣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가 강조되고 있는 만큼 지문인식 기술이 적용됐다.

애플 아이폰의 터치 방식과 달리 S5는 손가락을 위에서 아래로 문질러 지문을 스캔하는 스와이프 방식이다. 홈버튼을 여덟 번 쓸어내려 사용자의 지문을 등록한 뒤 사용할 수 있다. 지문인식률은 높은 편이다. 기자가 현장에서 지문인식을 다섯 번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카메라엔 아웃포커싱 기능을 추가했다. 초점을 맞춘 피사체를 제외한 주변은 흐리게 처리하는 기능이다. 다만 주변에 지워야 할 피사체가 너무 많거나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가 70㎝ 이상 떨어지면 잘 작동하지 않았다. 어두운 행사장에서 찍은 사진에 보정 기능인 ‘리치톤 HDR’ 촬영 모드를 적용하자 색감을 부드럽고 선명하게 바꿔줬다.

‘울트라 파워 세이빙’ 모드도 유용해 보였다. 이 기능을 켜면 스마트폰은 흑백모드로 변하고 전화, 메시지, 인터넷만 쓸 수 있다. 이 모드로 전환하면 배터리가 10% 남았을 때도 24시간을 더 쓸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바르셀로나=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