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셜리 위-추이 한국IBM 사장, 프로그래밍 언어와 씨름하며 밤 샜던 'IT 똑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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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오피스 - 온화한 혁신가 셜리 위-추이 한국IBM 사장
아·태 PwC컨설팅 인수 주도…IBM 혁신리더로
위-추이 사장의 여성인재관…결혼·출산은 걸림돌 안돼
성별에 신경 쓰지말고 최선 다하면 길 보여
위-추이 사장에게 리더란…명령하는 시대는 끝나
협동·소통에 가치 둔 수평적 리더십이 중요
모바일·소셜 분석 등 기업 맞춤형 서비스로 승부
다가오는 시대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역할…학교교육 내용·방식 달라져야
아·태 PwC컨설팅 인수 주도…IBM 혁신리더로
위-추이 사장의 여성인재관…결혼·출산은 걸림돌 안돼
성별에 신경 쓰지말고 최선 다하면 길 보여
위-추이 사장에게 리더란…명령하는 시대는 끝나
협동·소통에 가치 둔 수평적 리더십이 중요
모바일·소셜 분석 등 기업 맞춤형 서비스로 승부
다가오는 시대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역할…학교교육 내용·방식 달라져야
“네, 갈게요. 가겠습니다.”
IBM 합격통보 전화를 받은 스물두 살의 여성 공학도는 연봉 등 처우와 근무여건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입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혁신 이미지가 강한 IBM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었다.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미래를 열어가는데, 굳이 연봉을 따질 필요가 없었다.
꿈을 찾아 IBM에 입사했던 그 20대 공학도는 30년이 흐른 지난해, 한국IBM의 최초 여성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셜리 위-추이 한국IBM 사장 얘기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운 좋게도 50대가 된 지금까지 끊임없이 배울 게 있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혁신으로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위-추이 사장. 그는 온화하면서도 필요할 때 과감한 혁신을 추진하는 ‘여성 리더십’의 대표 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신산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혁신 DNA’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밤새 프로그래밍하며 IT 혁신 꿈 키워
위-추이 사장은 서울에서 태어난 화교 출신이다. 리라초등학교 부속 리라유치원을 거쳐 명동의 한성화교소학교를 나왔다. 그는 “한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하다”며 “한국에 대한 친근감은 누구 못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추이 사장은 “당시에는 공부를 열심히 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에만 관심이 컸던 평범한 학생이었을 뿐 첨단기술 분야에 종사하겠다는 꿈은 전혀 품고 있지 않았다”고 회고했다.(→한국과의 인연)
하지만 자연스럽게 기술 분야에 눈을 뜨는 계기가 있었다. 연희동의 한성화교중학교 3학년에 다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 것이다. 1970년대 중반 미국은 태동기를 지나 급속한 발전 단계로 나아가던 컴퓨터 산업의 본고장이었다. 범용 대형 컴퓨터(메인프레임)가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개인용 컴퓨터(PC)도 나왔다. 위-추이 사장은 UCLA에 진학해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는 “밤새 포트란 C 프로그래밍 언어와 씨름하며 코딩을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시험을 본 곳이 미국 IBM 본사였다. 연봉 협상도 없이 합격 소식과 동시에 입사를 결정한 그는 30년 넘게 IT 업계에 몸담게 된다. 10년차가 될 무렵부터는 아시아 지역에 근무하며 풍부한 글로벌 경험을 쌓아 왔다.
1993년 오라클로 직장을 옮겨 1995년부터 3년간 한국오라클 경영혁신 컨설턴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다시 IBM으로 복귀한 그는 성장시장(GMU) ‘그레이터 차이나 그룹(GCG)’의 IBM 글로벌 서비스(글로벌 테크놀로지 서비스(GTS)의 전신) 대표, IBM 아·태지역 비즈니스 컨설팅 서비스 대표와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GBS) 사업부문 총괄 대표 등을 역임했다.
HW에서 SW로…IBM 체질개선 주도
천공카드 기기(태뷸레이팅 머신) 제조회사로 1911년 시작해 100년 넘게 버티고 있는 IBM은 기업 자체가 IT업계의 ‘살아있는 역사’다. IBM은 무수한 기업이 명멸을 거듭한 한 세기 동안 끊임없는 변신을 통해 혁신 기업 이미지를 굳혔다. 전 세계 사업장에 40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IT 기업이다.
IBM이 그간 맞닥뜨린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는 PC 제조업의 몰락이었다. 이 회사는 2003년 PC 사업부를 중국 레노버에 팔고 소프트웨어·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하드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단행하며 살아남았다.
기업의 정체성을 바꾸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위-추이 사장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IBM이 2002년 세계 최대 경영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아·태지역 인수를 주도한 것. 전 세계 160여개국에 6000여개 고객사가 있던 PwC 인수로 IBM은 컨설팅 서비스 분야 강자로 단숨에 우뚝 서게 된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위-추이 사장은 굵직한 역할을 맡게 됐다. 2004년 중국 최고 여성경영인 10인, 2005년 중국 IT 서비스 부문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도 혁신 이미지 덕분이었다. 지난 20일에는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 산하 미래혁신위원회 신임 회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그는 “글로벌 로드맵과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모바일과 소셜 분석 등 신성장 분야에 집중해 기업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올해 한국IBM의 목표를 밝혔다. 특히 온라인 비즈니스를 포함한 리테일(소매업) 분야의 커머스 솔루션과 서비스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빠르게 다가오는 데이터 혁명에 주목
최근 IBM과 위-추이 사장이 주목하는 분야는 ‘데이터 혁명’이다. 위-추이 사장은 “첫 번째 컴퓨터 혁명을 천공카드가 주도했다면 다음에는 구조화된 프로그래밍이 이끌었다”며 “다가오는 시대에는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고 강조했다. 위-추이 사장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프로그램을 짜기조차 어려운 데이터는 새로운 천연자원”이라며 “IBM이 인지 슈퍼컴퓨터 왓슨의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 참여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시대에는 교육 내용이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19세와 23세 두 자녀의 엄마인 위-추이 사장은 “가끔 아이들에게 ‘엄마는 일자리를 구하기만 하면 되는 세대였는데 너희는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세대라 어렵겠다’는 농담을 한다”며 “반복적 업무가 아니라 혁신적이고 창의적 분석 역량을 갖춘 인재를 대학에서 키워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리더로서 주목받는 위-추이 사장은 “결혼이나 출산이 경력에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여성이라서 차별을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도 숱하게 들었는데, 여성 인재는 자신의 성별에 대해 크게 괘념치 말고 최선을 다하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IBM과 같이 성별이나 국적, 인종, 성 정체성 등에 제한을 두지 않고 받아들이는 등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늘날은 명령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협동·소통에 가치를 둔 수평적 리더십이 중요한 시대”라며 “여성은 본질적으로 이 같은 리더십 스타일에 능하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IBM 합격통보 전화를 받은 스물두 살의 여성 공학도는 연봉 등 처우와 근무여건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입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혁신 이미지가 강한 IBM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었다.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미래를 열어가는데, 굳이 연봉을 따질 필요가 없었다.
꿈을 찾아 IBM에 입사했던 그 20대 공학도는 30년이 흐른 지난해, 한국IBM의 최초 여성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셜리 위-추이 한국IBM 사장 얘기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운 좋게도 50대가 된 지금까지 끊임없이 배울 게 있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혁신으로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위-추이 사장. 그는 온화하면서도 필요할 때 과감한 혁신을 추진하는 ‘여성 리더십’의 대표 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신산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혁신 DNA’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밤새 프로그래밍하며 IT 혁신 꿈 키워
위-추이 사장은 서울에서 태어난 화교 출신이다. 리라초등학교 부속 리라유치원을 거쳐 명동의 한성화교소학교를 나왔다. 그는 “한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하다”며 “한국에 대한 친근감은 누구 못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추이 사장은 “당시에는 공부를 열심히 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에만 관심이 컸던 평범한 학생이었을 뿐 첨단기술 분야에 종사하겠다는 꿈은 전혀 품고 있지 않았다”고 회고했다.(→한국과의 인연)
하지만 자연스럽게 기술 분야에 눈을 뜨는 계기가 있었다. 연희동의 한성화교중학교 3학년에 다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 것이다. 1970년대 중반 미국은 태동기를 지나 급속한 발전 단계로 나아가던 컴퓨터 산업의 본고장이었다. 범용 대형 컴퓨터(메인프레임)가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개인용 컴퓨터(PC)도 나왔다. 위-추이 사장은 UCLA에 진학해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는 “밤새 포트란 C 프로그래밍 언어와 씨름하며 코딩을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시험을 본 곳이 미국 IBM 본사였다. 연봉 협상도 없이 합격 소식과 동시에 입사를 결정한 그는 30년 넘게 IT 업계에 몸담게 된다. 10년차가 될 무렵부터는 아시아 지역에 근무하며 풍부한 글로벌 경험을 쌓아 왔다.
1993년 오라클로 직장을 옮겨 1995년부터 3년간 한국오라클 경영혁신 컨설턴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다시 IBM으로 복귀한 그는 성장시장(GMU) ‘그레이터 차이나 그룹(GCG)’의 IBM 글로벌 서비스(글로벌 테크놀로지 서비스(GTS)의 전신) 대표, IBM 아·태지역 비즈니스 컨설팅 서비스 대표와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GBS) 사업부문 총괄 대표 등을 역임했다.
HW에서 SW로…IBM 체질개선 주도
천공카드 기기(태뷸레이팅 머신) 제조회사로 1911년 시작해 100년 넘게 버티고 있는 IBM은 기업 자체가 IT업계의 ‘살아있는 역사’다. IBM은 무수한 기업이 명멸을 거듭한 한 세기 동안 끊임없는 변신을 통해 혁신 기업 이미지를 굳혔다. 전 세계 사업장에 40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IT 기업이다.
IBM이 그간 맞닥뜨린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는 PC 제조업의 몰락이었다. 이 회사는 2003년 PC 사업부를 중국 레노버에 팔고 소프트웨어·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하드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단행하며 살아남았다.
기업의 정체성을 바꾸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위-추이 사장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IBM이 2002년 세계 최대 경영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아·태지역 인수를 주도한 것. 전 세계 160여개국에 6000여개 고객사가 있던 PwC 인수로 IBM은 컨설팅 서비스 분야 강자로 단숨에 우뚝 서게 된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위-추이 사장은 굵직한 역할을 맡게 됐다. 2004년 중국 최고 여성경영인 10인, 2005년 중국 IT 서비스 부문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도 혁신 이미지 덕분이었다. 지난 20일에는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 산하 미래혁신위원회 신임 회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그는 “글로벌 로드맵과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모바일과 소셜 분석 등 신성장 분야에 집중해 기업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올해 한국IBM의 목표를 밝혔다. 특히 온라인 비즈니스를 포함한 리테일(소매업) 분야의 커머스 솔루션과 서비스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빠르게 다가오는 데이터 혁명에 주목
최근 IBM과 위-추이 사장이 주목하는 분야는 ‘데이터 혁명’이다. 위-추이 사장은 “첫 번째 컴퓨터 혁명을 천공카드가 주도했다면 다음에는 구조화된 프로그래밍이 이끌었다”며 “다가오는 시대에는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고 강조했다. 위-추이 사장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프로그램을 짜기조차 어려운 데이터는 새로운 천연자원”이라며 “IBM이 인지 슈퍼컴퓨터 왓슨의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 참여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시대에는 교육 내용이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19세와 23세 두 자녀의 엄마인 위-추이 사장은 “가끔 아이들에게 ‘엄마는 일자리를 구하기만 하면 되는 세대였는데 너희는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세대라 어렵겠다’는 농담을 한다”며 “반복적 업무가 아니라 혁신적이고 창의적 분석 역량을 갖춘 인재를 대학에서 키워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리더로서 주목받는 위-추이 사장은 “결혼이나 출산이 경력에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여성이라서 차별을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도 숱하게 들었는데, 여성 인재는 자신의 성별에 대해 크게 괘념치 말고 최선을 다하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IBM과 같이 성별이나 국적, 인종, 성 정체성 등에 제한을 두지 않고 받아들이는 등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늘날은 명령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협동·소통에 가치를 둔 수평적 리더십이 중요한 시대”라며 “여성은 본질적으로 이 같은 리더십 스타일에 능하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