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양대 노총의 집회경쟁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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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지식사회부 기자 highkick@hankyung.com
“너희는 (집회 신고) 이틀이
나 했잖아. 하루는 양보하지 그래?”
지난 20일 밤 11시50분께. 서울 강서경찰서 민원대기실에서 민주노총 타워크레인 노조 소속인 한 조합원이 한국노총 타워크레인 노조 조합원에게 던진 말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이 말을 하고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민원대기실을 나갔다.
최근 서울시 강서구 마곡지구 2차 착공을 앞두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각각 소속된 타워크레인 노조의 조합원들이 경쟁적으로 집회신고를 하고 있다. 집회 신고가 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시공사인 건설업체와 타워크레인 협력업체는 노조원 채용을 꺼리는 편이다. 타워크레인 기사를 자체 확보한 업체들도 있는데다 양대 노총 노조원을 채용하면 번거로운 문제가 생기기도 해서다. 그러나 노조원들이 결의대회 등을 열면서 소란스럽게 만들면 건설업체들은 마지못해 채용하곤 했다. 이런 방식은 여러 곳에서 꽤 먹혀들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동안 양대 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는 건설현장 집회 신고를 번갈아가며 했다. 나름대로는 ‘신사협정’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일감이 많은 마곡지구 같은 대형 건설현장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두 노조가 매일 당번을 정해 오전마다 강서경찰서로 출근시킨 이유다. 민원대기실에 먼저 도착한 노조가 그날의 승자가 되는 만큼 집회 신고 시작 직전인 자정까지 계속 자리를 지켜야 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다. 건설현장 앞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열리는 노조원들의 집회가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양대 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일감을 차지하겠다고 공사현장에서 다퉈 사회 문제화되기도 했다.
예전 같은 폭력 사태는 많이 줄었지만 집회 경쟁은 경찰서 민원실에서 진행 중이다. 건설경기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건설사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경찰은 매일 열리는 집회에 경찰력을 소모하고 있다. 모두에게 손해를 주는 노조원들의 집회 경쟁에 대해 우리 사회가 적절한 대안 찾기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태호 지식사회부 기자 highkick@hankyung.com
지난 20일 밤 11시50분께. 서울 강서경찰서 민원대기실에서 민주노총 타워크레인 노조 소속인 한 조합원이 한국노총 타워크레인 노조 조합원에게 던진 말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이 말을 하고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민원대기실을 나갔다.
최근 서울시 강서구 마곡지구 2차 착공을 앞두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각각 소속된 타워크레인 노조의 조합원들이 경쟁적으로 집회신고를 하고 있다. 집회 신고가 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시공사인 건설업체와 타워크레인 협력업체는 노조원 채용을 꺼리는 편이다. 타워크레인 기사를 자체 확보한 업체들도 있는데다 양대 노총 노조원을 채용하면 번거로운 문제가 생기기도 해서다. 그러나 노조원들이 결의대회 등을 열면서 소란스럽게 만들면 건설업체들은 마지못해 채용하곤 했다. 이런 방식은 여러 곳에서 꽤 먹혀들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동안 양대 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는 건설현장 집회 신고를 번갈아가며 했다. 나름대로는 ‘신사협정’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일감이 많은 마곡지구 같은 대형 건설현장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두 노조가 매일 당번을 정해 오전마다 강서경찰서로 출근시킨 이유다. 민원대기실에 먼저 도착한 노조가 그날의 승자가 되는 만큼 집회 신고 시작 직전인 자정까지 계속 자리를 지켜야 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다. 건설현장 앞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열리는 노조원들의 집회가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양대 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일감을 차지하겠다고 공사현장에서 다퉈 사회 문제화되기도 했다.
예전 같은 폭력 사태는 많이 줄었지만 집회 경쟁은 경찰서 민원실에서 진행 중이다. 건설경기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건설사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경찰은 매일 열리는 집회에 경찰력을 소모하고 있다. 모두에게 손해를 주는 노조원들의 집회 경쟁에 대해 우리 사회가 적절한 대안 찾기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태호 지식사회부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