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개미'가 돌아왔다
미국 증시가 지난해 30% 오르는 등 역사적 호황을 기록하면서 개미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주식에 관심이 없던 일반 영업사원과 은퇴자, 20대 음악계 종사자들까지 주식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주가가 고점일 때 주식을 사들였다가 손해를 보는 ‘상투 잡기’가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난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개미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를 반영하듯 온라인 증권사의 거래 건수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트레이드파이낸셜의 지난해 4분기 하루평균 거래 건수는 16만건 이상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TD아메리트레이드는 41만400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 늘었고, 찰스슈와프도 48만8000건으로 8% 이상 증가했다.

지난 1월 온라인 증권 거래는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트레이드파이낸셜의 하루평균 거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7%, TD아메리트레이드와 찰스슈와프는 각각 28%와 17% 증가했다. TD아메리트레이드는 한 달 기준 사상 최대 거래 건수를 달성했다. 이트레이드파이낸셜과 찰스슈와프도 각각 4년과 5년래 최고 수준의 거래 건수를 기록했다.

낙관적인 증시 전망에 힘입어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까지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증권담보대출액은 사상 최대인 4449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5% 증가했다. 닷컴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 때 큰 손실을 봤던 투자자도 복귀하는 추세다. 2000년대 정보기술(IT)주에 집중 투자했다가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잃은 로다 앨런(63)은 “주식만이 유일하게 남은 아메리칸 드림”이라며 “지난해에는 주식을 10번, 올해는 40번 정도 사고팔았다”고 말했다.

WSJ는 투자자들이 2005년 이후 가장 낙관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으나 미 증시에 조만간 조정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증시 전문가들도 개인투자자 대부분이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업종을 매입하기 때문에 조정 때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1월 S&P500지수는 3.6% 하락해 2012년 5월 이후 월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