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치색만 보이는 민노총 파업 예고
지난 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학생행진, 청년연대, 전국여성농민회 등 노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국민파업위원회(이하 국파위)가 오는 25일 전국 20만명 규모의 국민파업대회를 진행하겠다는 대국민 발표를 한 바 있다. 일단 거대 조직인 민주노총이 주도해 전국적으로 파업을 하겠다고 하니, 사회 전반에 걸쳐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우려의 시선 또한 큰 것도 사실이다.

최선은 파업을 안 하는 것이겠지만, 전국적 파업을 선언한 마당에 이를 취소하기란 민주노총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데, 민주노총이 이번 파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명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승리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명분이 약하다는 얘기다.

우선 국파위는 파업 명분으로 ‘박근혜 정부의 공약 파기와 민생 파탄, 민주주의 파괴, 공안 탄압 등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것을 내세웠다. 즉 ‘못살겠다. 정권을 갈아 보자’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 파업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법리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헌법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서만 단체행동권을 인정(제33조 제1항)하고 있으며, 노동조합법은 노동쟁의를 ‘노동관계 당사자 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라고 정의(제2조 제5호)하고 있다. 근로조건 개선이 아닌 정치적 목적의 파업은 형사책임이 면제되는 정당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노조법 제4조)

결국 민주노총이 주도하든 시민단체가 참여한 국파위가 주도하든 이번 국민파업대회는 불법임이 분명하다.(노조법 제37조 제2항 참조) 따라서 이번 민주노총 주도의 국민파업대회는 법리적 명분을 갖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민주노총이 파업을 선언하기까지에는 나름대로 억울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억울 또는 부당한 것 모두를 법률이 보호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번 국민파업대회가 나름대로의 명분을 갖기 위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억울 또는 부당한 사실’이 존재해야 한다.

사실 이번 민주노총 중심의 국파위가 부당하다고 말한 ‘공약 파기와 민생 파탄, 민주주의 파괴, 공안 탄압’ 등 역시 공감대 확보가 어려워 보인다. 대선공약 파기와 관련해 대통령의 책무는 국민을 잘살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지, 공약 이행 그 자체가 아니다. 따라서 국민행복 증진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공약 실천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 또 민생 파탄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이 국가부도 사태에 이른 것도 아닌데, 이를 이유로 민주노총이 파업을 주도하는 건 공감대를 얻기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에도 대통령 임기 중 ‘정권을 갈아 보자’는 구호가 국민 대다수의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민주주의 파괴, 공안 탄압’이라는 명분도 설득력이 약하다. 군사정권 시절을 경험한 국민들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결국 오는 25일 예정된 민주노총 주도의 국민파업대회는 이런 추상적이고 정치적인 명분 때문에 오히려 국가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거나 국민만 불행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한국 역사를 돌아보건대 민심은 억울하거나 부당한 것에 대해 공감하는 경우가 많았다. 법리적으로 명분이 없다면 최소한 억울 또는 부당하다는 구체적 증거들이 필요하다. 이것마저 없다면 그것은 거대 조직의 ‘힘의 남용’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다.

전삼현 < 숭실대 법학 교수·기업법률포럼 대표 shchun@ss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