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왼쪽 세 번째부터)과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왼쪽 세 번째부터)과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정부가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원칙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임원 자격 요건을 대폭 강화,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나 채권 추심 등 일부 금융 용역 업무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획재정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4년도 업무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호주 기관장 요건 눈여겨보고 있다”

[기재부·공정위 업무보고] 공공기관 CEO '관련 경력' 있어야 임명…"낙하산 人事 막겠다"
기재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임원 자격기준소위’를 구성해 기관장 감사 등 임원에 대한 직위별, 공공기관별 자격 요건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행 공공기관운영법(공운법) 30조에 따르면 기관장은 ‘기업 경영과 그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업무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애매모호하게 정의돼 있다.

정부는 이런 공운법을 바꿔 임원 자격 요건을 법제화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호주나 그리스가 공공기관 임원 임명 시 ‘관련 분야에서 5년 이상 일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요건을 명시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이처럼 계량화된 임원 자격 기준을 마련해 법제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으로 낙하산 인사가 완전히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기재부는 ‘연내 기준 마련, 내년 시행’을 예상하고 있지만 집권 3년차를 맞는 내년엔 현 정부의 공공기관 임원 인사가 대부분 끝나 ‘뒷북 대책’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해 7월 기재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에 담긴 ‘낙하산 인사 근절’ 방안과 판박이 대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당시 ‘기관장의 구체적인 자격을 명시할 것’이라고 했지만 후속 작업은 진행하지 않았고, 그 사이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이사장,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공공기관장 자리를 꿰찼다.

○파생상품 과세는 확대한다는데…

정부는 또 공공기관 사옥 등 주요 자산이 헐값에 매각되지 않도록 매각 시기를 기관별로 분산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간 경쟁이 필요한 분야에는 기업 분할 자회사를 신설토록 하고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축소되는 공공서비스 중 일부 분야에는 민간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 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 범위도 확대된다. 한국은 1977년 부가가치세를 도입할 때부터 이자율 상승과 물가 불안 등의 이유로 대부분의 금융 및 보험업 서비스 수수료에 부가가치세를 매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수 확보 차원에서 ATM 수수료나 채권 추심 등 일부 금융 용역에 대해선 부가세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 등 금융상품에 대한 과세도 강화된다. 기재부와 국회는 파생상품에 과세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한 상황이지만 이를 거래세 방식으로 할지, 양도소득세 방식으로 할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또 올해 일몰이 돌아오는 금융상품에 대한 과세특례의 경우 원칙적으로 일몰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세금우대종합저축에 대한 과세특례와 노인·장애인 등의 생계형 저축에 대한 이자·배당소득 비과세 등이 올해 일몰된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