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로또 된 공모주…청약열기는 벌써 여름
마켓인사이트 2월19일 오후 3시17분

공모주들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저금리 현상과 증시 침체가 맞물리면서 은행예금, 채권, 상장 주식 투자로 재미를 보기 힘들어지자 올 들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공모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늘어난 ‘수요’에 발맞춰 ‘공급’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편의점 ‘CU’ 브랜드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렌터카 업계 1위인 KT렌탈 등 작년보다 50%가량 늘어난 60여개 업체가 연내 증시 입성에 나설 전망이다. 업계에선 2012년 이후 ‘죽을 쒔던’ 공모주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3년 만에 ‘큰 장’이 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동자금 빨아들이는 ‘블랙홀’

[마켓인사이트] 로또 된 공모주…청약열기는 벌써 여름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일반 공모를 마친 한국정보인증, 인터파크INT, 오이솔루션 등 3개사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716 대 1이었다. 일반공모 물량 기준으로 699억원을 모집하는데 4조6781억원이 몰렸다.

지난 17~18일 일반공모를 진행한 오이솔루션은 청약경쟁률 1253 대 1을 기록하며 청약증거금 9738억원을 끌어모았다. 최대 청약한도인 7000만원을 청약증거금으로 내놓아도 고작 11주(주당 1만원)만 손에 쥐었다는 얘기다. 지난달 공모한 인터파크INT와 한국정보인증에도 ‘갈 길을 잃은’ 부동자금 2조8080억원과 8973억원이 쏟아져 들어왔다.

IB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와 증시 침체가 맞물리면서 ‘예금에 넣거나 상장주식을 사느니 배정물량이 적어도 대박을 낼 수 있는 공모주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도 공모주 투자에 적극적이다. 인터파크INT의 공모가는 수요예측에서 7700원으로 정해져 희망 공모가(5700~6700원)를 크게 웃돌았고, 오이솔루션 역시 최종 공모가(1만원)가 희망 공모가(8500~9800원)보다 높았다.

상장 보름 만에 3배로 올라 ‘대박’

공모주에 시중자금이 쏠리는 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기대에서 비롯된다. 한국정보인증은 상장일 이후 5일 연속, 인터파크INT는 3일 연속 상한가를 쳤다. 지난 4일 주당 1800원에 상장된 한국정보인증의 19일 종가는 4920원으로 보름 만에 173%나 뛰었다. 6일 증시에 데뷔한 인터파크INT 역시 이날 종가(2만2500원)가 공모가(7700원)의 3배가 됐다.

이정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상장 뒤 주가가 공모가보다 2~3배 상승한다는 건 결국 기업가치에 비해 공모가가 낮게 책정됐다는 의미”라며 “한국거래소와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들이 투자자 보호 등의 이유로 신규 상장기업의 공모가를 낮추도록 유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모주 흥행의 또 다른 이유로 ‘유망주 효과’를 꼽는다. ‘증시가 좋을 때 상장해야 더 많은 공모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2년간 상장을 미뤘던 유망 기업들이 ‘더 늦기 전에 신규 투자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하나둘씩 기업공개(IPO)에 나선 효과란 것이다.
쏟아지는 새내기주

‘공모주 대박’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다음 타자는 누구냐’로 옮아가고 있다.

현재 상장 움직임이 가시화된 기업은 대여섯 곳 정도다. BGF리테일과 동부생명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현대로지스틱스와 KT렌탈도 조만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가 최근 주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신규 상장 기업 수는 60개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장 기업 수가 43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50%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신규 상장 목표를 100개로 높여 잡고 증권사와 기업들을 독려하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