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전문가 임영주 교수 "과잉교육 아닌 결핍교육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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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인천 모자 살인사건’을 비롯하여 존속 패륜범죄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와 함께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는 것이 부모에게 의지하여 사는 ‘캥거루족’과 ‘스크럼족’이다. 늙은 부모의 노후자금에 손을 벌리는 ‘캥거루족’과 ‘스크럼족’이 늘면서, 이러한 사회현상이 끔찍한 패륜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캥거루족과 스크럼족은 부모로부터 완전하게 독립하지 못한 청장년층을 이르는 측면에서 공통된 말이다. ‘캥거루족(kangaroo族)’은 심각한 취업난 가운데 졸업 후에도 취업하지 못한 채 부모 신세를 지고 있는 젊은층을 말한다. 미성숙한 상태에서 태어나 육아낭에서 성장한 후 뒤늦게 독립하는 캥거루의 생태에 비유해 부르는 말이다.
그에 반해 ‘스크럼족(Scrum族)’은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등장한 가족 세태로 결혼 이후에도 주거비나 양육비 등 경제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 부모와 함께하는 성인을 말한다. ‘신(新) 캥거루족(kangaroo族)’이며, 요즘 세태를 반영한 ‘신(新) 대가족화’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전통적인 대가족과 다른 점은 자녀가 노부모를 부양하는 게 아니라 장성한 자녀를 노부모가 데리고 산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내놓은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자녀 또는 손자와 함께 사는 65세 이상 노부부는 2010년 68만5000가구에서 올해 73만1000가구로 늘었다. 그리고 2035년에는 이 수치가 185만여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해체로 인한 빈곤화도 ‘신(新) 대가족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현상이 자녀 양육의 짐을 벗고 홀가분한 노후를 보내고 싶었던 노부모들에게 족쇄 아닌 족쇄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스크럼족’으로 인해 3대가 모여 사는 가정의 특징은 자녀들이 얹혀살면서도 여전히 노부모에게 ‘손자들의 양육’을 바라고 있으며, 심지어 노부모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는 경우도 있어 가족 간의 갈등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노인층 빈곤화도 증가 추세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 충동을 겪었다고 응답한 노인은 통계청의 2008년 조사에서는 29.3%로 나타났지만, 2012년에는 35.1%로 증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식이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던 과거와는 달리 ‘자식에게 안 받고 안주는 게 낫다’는 부모가 점점 늘고 있다. 60세 이상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2005년 50.7%에서 2011년 70.8%로 나타났다.
부모교육전문가인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신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자녀를 캥거루족, 스크럼족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부모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시켜주어야 한다”며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하고, 자녀 대신 인생을 살아주는 ‘대신 인생’이 아니고 경제적 화수분이 아님도 알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 대표는 또 “캥거루족과 스크럼족을 양산해온 것에는 ‘과잉교육’의 폐해도 작용한다”며 “부모는 여유와 풍족으로 살아온 나무가 모진 바람에 가장 먼저 쓰러질 수 있다는 ‘스프링클러의 저주’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특히 “‘과잉교육’이 아닌 ‘결핍교육’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해줘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키우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현재 부모교육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고 EBS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큰소리 내지 않고 우아하게 아들 키우기>, <아이의 사회성 부모의 말이 결정한다> 등 다수가 있다. 현재 KBS 제1라디오 <공부가 재미있다>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bumodream)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캥거루족과 스크럼족은 부모로부터 완전하게 독립하지 못한 청장년층을 이르는 측면에서 공통된 말이다. ‘캥거루족(kangaroo族)’은 심각한 취업난 가운데 졸업 후에도 취업하지 못한 채 부모 신세를 지고 있는 젊은층을 말한다. 미성숙한 상태에서 태어나 육아낭에서 성장한 후 뒤늦게 독립하는 캥거루의 생태에 비유해 부르는 말이다.
그에 반해 ‘스크럼족(Scrum族)’은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등장한 가족 세태로 결혼 이후에도 주거비나 양육비 등 경제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 부모와 함께하는 성인을 말한다. ‘신(新) 캥거루족(kangaroo族)’이며, 요즘 세태를 반영한 ‘신(新) 대가족화’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전통적인 대가족과 다른 점은 자녀가 노부모를 부양하는 게 아니라 장성한 자녀를 노부모가 데리고 산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내놓은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자녀 또는 손자와 함께 사는 65세 이상 노부부는 2010년 68만5000가구에서 올해 73만1000가구로 늘었다. 그리고 2035년에는 이 수치가 185만여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해체로 인한 빈곤화도 ‘신(新) 대가족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현상이 자녀 양육의 짐을 벗고 홀가분한 노후를 보내고 싶었던 노부모들에게 족쇄 아닌 족쇄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스크럼족’으로 인해 3대가 모여 사는 가정의 특징은 자녀들이 얹혀살면서도 여전히 노부모에게 ‘손자들의 양육’을 바라고 있으며, 심지어 노부모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는 경우도 있어 가족 간의 갈등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노인층 빈곤화도 증가 추세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 충동을 겪었다고 응답한 노인은 통계청의 2008년 조사에서는 29.3%로 나타났지만, 2012년에는 35.1%로 증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식이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던 과거와는 달리 ‘자식에게 안 받고 안주는 게 낫다’는 부모가 점점 늘고 있다. 60세 이상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2005년 50.7%에서 2011년 70.8%로 나타났다.
부모교육전문가인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신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자녀를 캥거루족, 스크럼족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부모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시켜주어야 한다”며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하고, 자녀 대신 인생을 살아주는 ‘대신 인생’이 아니고 경제적 화수분이 아님도 알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 대표는 또 “캥거루족과 스크럼족을 양산해온 것에는 ‘과잉교육’의 폐해도 작용한다”며 “부모는 여유와 풍족으로 살아온 나무가 모진 바람에 가장 먼저 쓰러질 수 있다는 ‘스프링클러의 저주’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특히 “‘과잉교육’이 아닌 ‘결핍교육’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해줘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키우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현재 부모교육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고 EBS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큰소리 내지 않고 우아하게 아들 키우기>, <아이의 사회성 부모의 말이 결정한다> 등 다수가 있다. 현재 KBS 제1라디오 <공부가 재미있다>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bumodream)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