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으로 '배우 단원제' 부활…국립극단의 색깔 확실히 내겠다"
국립극단이 계약직 채용 방식으로 단원제 운영을 부활시킨다. 2010년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면서 전속 방식의 단원제를 폐지한 이후 4년 만이다.

김윤철 국립극단 신임 예술감독(65·사진)은 17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정 수의 배우들을 다양한 기간의 계약직으로 채용해 그동안 국립극단 연극 활동에 주력하게 함으로써 극단의 정체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김 예술감독은 손진책 초대 예술감독 후임으로 지난 4일 취임했다. 40년간 연극 평론가로 활동해온 김 예술감독은 세종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거쳐 한국예술종합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장, 한·일 연극교류협의회 초대회장 등을 지냈다. 2008년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연극평론가협회장으로 선출돼 세 차례 연임 중이다. 배우나 연출가 등 현장 예술가가 아닌 평론가가 국립극단 수장을 맡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김 예술감독은 “손 전 예술감독은 연간 20회 가까운 공연을 무대에 올리며 살아 숨 쉬는 ‘국민의 국립극단’으로 만들었다”며 “이제는 한 걸음 나아가 국민이 자부심을 갖는 국립극단, 국제 경쟁력을 갖춘 극단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제도적 한계로 인해 정체성 정립 측면에서는 긍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특히 민간 극단 대표를 연출가로 초빙해 연극을 제작할 때 오디션을 한다지만 자신과 일하기 편한 배우들을 출연시키다 보니 국립극단만의 색깔을 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국립극단은 2010년 재단법인으로 재출범하며 전속 단원제 대신 작품별 오디션을 통해 배우를 캐스팅하는 제도를 택해왔다. 운영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배우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 아래 시행된 제도지만, 작품마다 배우가 바뀌어 국립극단만의 색깔이나 정통성이 희석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그는 “향후 3년간 레퍼토리를 미리 정하고 여러 공연에 핵심적으로 출연할 수 있는 석좌 배우(3년형 계약·5명), 중추 배우(2년형 계약·10명), 기반 배우(1년형 계약·15명)를 채용할 계획”이라며 “더 필요한 배우는 오디션 배우나 실습 배우 등의 형식을 통해 보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예술감독은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연간 제작 편수를 10~12편 정도로 줄이고 충분한 연습 기간을 두는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지난 6년간 국제연극평론가협회장으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국제 교류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