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탐방 공모전'통해 창조적 마인드 갖춘 인재 발굴
LG그룹의 인재에 대한 욕심은 남다르다. 전 세계 어디든 뛰어난 인재가 있는 곳이라면 CEO가 직접 나서서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수인재가 곧 회사의 미래’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박 부회장처럼 다른 계열사 CEO들도 수시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해외로 나간다.
LG의 인재채용은 구본무 그룹 회장이 진두지휘한다. 구 회장은 2011년 “국적이나 학력, 성별에 관계없이 사업에 필요한 인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 가야 한다. 좋은 인재가 있는 곳이라며 내가 직접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구 회장은 2012년 주요 계열사 CEO들과 함께 이공계 석·박사 인재채용박람회인 ‘LG테크노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했다. 이 행사는 국내외 주요 대학 석·박사급 연구개발(R&D)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여는 공동 채용설명회다. 매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주요 계열사 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참석하고 있다. 구 회장은 2012년 4월과 작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노 콘퍼런스 현장에 직접 참석, 해외 석·박사급 인재들과 만찬을 함께했다. 올해도 이달과 오는 4월 국내와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테크노 콘퍼런스에 참석할 예정이다.
구 회장이 솔선수범하면서 계열사 CEO들도 인재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LG 드림 멘토링’이란 행사를 열고 CTO인 안승권 사장이 멘토로 나서 이공계 학생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2004년부터 이과 학부생을 대상으로 ‘일일 임원특강’을 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강의’와 ‘파티’ 형식의 새로운 기업설명회를 이공계 학생을 대상으로 열고 있다. ‘테크니컬 톡’이란 이름의 이 행사에는 CEO가 직접 나서 회사의 기술력과 트렌드를 설명한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도 “내 경영사전엔 고객과 인재 딱 두 사람만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인재발굴에 적극적이다. 그는 작년 2월 미국 뉴저지에 이어 하반기엔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글로벌 인재채용 행사를 주도하는 등 인재 채용을 위해 매년 해외 각지를 누비고 있다. 이웅범 LG이노텍 사장과 김대훈 LG CNS 사장 등도 국내외 주요 대학에서 열리는 이공계 우수인력 대상 채용박람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CEO들이 직접 인재를 찾아나서는 것 외에도 LG그룹 계열사들은 다양한 인재발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게 ‘해외탐방 공모전’이다. 1995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이 행사는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을 해외 각지로 보내 해당 지역 탐방보고서를 써 내게 하고, 우수 보고서 작성자에게 입사 자격을 부여하는 행사다. 이른바 ‘스펙’ 중심의 인재발굴을 탈피해 창조적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LG전자는 ‘찾아가는 채용’을 실시 중이다. 각 분야의 역량, 열정, 끼 등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전국 주요 대학을 직접 찾아가는 채용 프로그램이다. 산학협력도 채용 루트의 하나로 활용한다. KAIST, 연세대, 서강대, 고려대, 한양대, 광운대, 울산과기대, 인하대, 아주대, 경희대, 전북대, 숭실대, 가천대 등과 산학협력을 맺어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주요 대학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등록금과 학비를 보조해주는 ‘엘지니어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LG연암학원이 연암공업대와 추진한 ‘스마트융합학부’도 인재확보의 산실로 자리잡았다. 이 학부는 첨단 소프트웨어, 핵심 전기자동차 부품 분야의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