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일요일인 어제 고객정보를 유출한 3개 카드사에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불가피한 조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3개월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모집인에 평균성과급의 60% 정도를 지급하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다. 모집인의 생계는 회사가 책임지라는 얘기일 터인데 이런 것에까지 정부가 명령을 내려야 하는지는 정말 궁금하다. 금융위는 이는 ‘행정 지도’일 뿐이어서 카드회사가 영업망을 유지하기 위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둘러대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을 못 알아들을 바보는 없다. 3개월간의 괴멸적인 조치를 내리는 서슬 퍼런 당국의 뜻을 거스를 회사가 있겠는가. 물론 모집인들의 딱한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회사의 일이고, 시장의 일이며, 당국이 나설 일이 아닌 것이다.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터진 이후 금융당국은 억지대책만 쏟아내고 있다. 2차 피해를 막겠다며 은행 보험 카드 등 전체 금융사 텔레마케팅(TM)을 전면 금지시켰던 소동은 압권이었다. 대책이 급조된 결과, 프리랜서인 10만 텔레마케터를 졸지에 실업상태로 몰아넣었다. 급기야 대통령이 과도한 조치라며 생계 대책을 주문하자 며칠 만에 TM 재개로 말을 바꿔야 했다. 보험사에 대해서는 최고경영자들이 고객 정보 적합성을 확약하는 조건으로 이번 주부터 TM을 허용하는 후속 조치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역시 말뿐이다. 고객정보 이용 동의절차를 확인하려면 전화 한 통에만도 20~30분이나 걸린다는 실정이다. 수백만명의 정보를 전면 조사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자체 정보와 제휴업체 정보까지 뒤엉켜 있어 통상 영업활동의 70~80%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금융당국이 허둥지둥 분별없는 조치를 내놓다 보니 무리수가 무리수를 부른다. 정보 유출 실태도 모르는 정부가 금융사 탓만 한다는 질책이 나오는 이유다. 급기야 대통령 눈치를 보느라 영업실적이 없어도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초법적 관치까지 작렬하고 있다. 꼼수는 무능력을 가리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