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정치 개혁 등 숙제
이탈리아 민주당 중앙지도위원회는 이날 렌치 대표가 제출한 정부 교체 요구안을 찬성 136표, 반대 36표로 통과시켰다. 내각제인 이탈리아는 집권당의 결정으로 총리를 바꿀 수 있다. 렌치 대표는 그간 레타 총리가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고 실업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퇴진을 요구해왔다.
레타 총리는 14일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고 정당 대표들을 모아 민주당이 추천하는 새 총리를 임명하면 교체작업이 마무리된다. 민주당은 렌치 대표를 새 총리로 내세울 계획이다. 대통령이 정부를 해산하고 총선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과 연정을 이루고 있는 신중도우파당의 이탈도 변수지만 역시 가능성은 낮다.
렌치 대표는 중앙 정계에 뛰어든 지 5년밖에 안 된 ‘신인’이다. 2011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집권 때 “낡은 정치인들을 무대 밖으로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잘생긴 외모에 파란 스포츠카를 타고 자전거와 마라톤을 즐기는 등 젊고 신선한 이미지가 강하다. 정치권의 각종 비리에 지친 이탈리아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끌며 중앙 정치무대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파괴자, 싸움꾼 등 무시무시한 별명으로도 불린다. 정치적 경쟁자를 무자비하게 공격해 쫓아내는 능력이 탁월해서다. 레타 총리를 밀어낸 것에 대해 외신들은 “등 뒤에서도 아니고 앞에서 칼을 꽂았다”고 표현했다. 다만 장관은 물론 의회 의원조차 해 본 적이 없어 실업, 재정적자 등 각종 문제가 산적한 이탈리아를 잘 이끌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포르차 이탈리아’당이나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가 이끄는 ‘오성운동’ 등 거대 야당이 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