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매출의 25% 차지
대다수 인기제품 따라해
기술 혁신 주도는 미흡
PB상품이 유통업체의 주력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유 라면부터 TV 등 가전제품까지 영역이 무한확장 중이다. 값이 싸고 질도 나쁘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유통기업이 인기 제품을 베낀 ‘미투(me too) 상품’을 양산한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반값’ 무기로 인기
유통업체의 PB상품 매출은 지난해 연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마트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22%인 3조1000억원을, 홈플러스는 3조원 가까운 매출을 PB상품으로 올렸다. 롯데마트의 PB상품 매출 비중은 25%를 넘었다. CU 등 편의점 역시 전체 매출의 30% 이상이 PB상품에서 나온다. 편의점 PB상품 연 매출은 2조원가량이다.
PB상품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싼값이다.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마케팅비가 들어가지 않는다. 유통업체가 중소 제조업체에 의뢰해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생산업체 입장에선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이마트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이마트 홍삼정’(240g)은 9만9000원으로 용량이 같은 정관장 ‘홍삼정 플러스’(19만8000원)의 반값이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통큰블록 무적함대’는 동종 상품보다 가격은 50% 싸면서 구성품은 50% 많다.
PB상품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도 개선됐다. 류성민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업체의 상품 기획력이 향상되면서 요즘 나오는 PB상품은 일반 브랜드(NB) 상품 못지않은 품질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체의 설비 가동률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유사품 생산에 머물러
PB상품 중 상당수가 기존 인기 상품을 모방한 것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PB상품은 비슷한 상품을 싼값에 내놓은 것일 뿐 신제품 개발이나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은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리온 ‘초코파이’와 비슷한 롯데마트 ‘통큰 초코파이’, 농심 ‘새우깡’과 비슷한 홈플러스 ‘왕새우’가 ‘미투 상품’의 사례다.
중소 제조업체가 대형 유통기업에 종속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승창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팀이 제조업체 55개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34.5%가 PB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가 납품을 강요받았다고 답했다. 기존 자사 상품의 매출이 줄거나 인지도가 낮아질 것을 우려하는 제조사도 각각 20.0%였다.
정형식 조선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조사가 신제품 개발보다는 유통업체가 요구하는 대로 가격만 낮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며 “산업 발전이 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 PB상품
private brand products. 대형마트, 백화점, 슈퍼마켓 등 유통업체들의 자체브랜드 상품을 뜻한다. 제조업체에 생산을 위탁한 뒤 유통업체의 상표를 붙여 내놓는다. 해당 유통업체에서만 판매하는 게 특징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