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금 500억 포기해도 장기적 재정 정상화가 낫다"
교육부서 압박?
'올해 인상 안된다' 기류…사립대들 울며 4년째 동결
경희대는 최근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총학생회 측의 등록금 동결 요구를 수용했다고 13일 밝혔다.
정진영 경희대 대외협력 부총장은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을 고려해 3년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며 “재정 문제는 운영 효율화 등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지난달 28일 올해 등록금을 3.7%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장학금에 비례해 지원받는 국가장학금 2유형도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해 경희대는 국가장학금 2유형 18억원을 포함해 516억원의 정부 재정 지원을 확보했다. 연간 운영수익(기업의 매출에 해당) 4146억원의 12.4%에 해당한다.
반면 등록금 수입 2895억원에서 3.7%를 올리면 107억원가량을 더 받을 수 있다. 국가장학금 2유형을 유치하기 위해 지급했던 장학금 43억원을 더하면 15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경희대 측은 “정부 지원 500억원을 포기하더라도 장기적인 재정 정상화를 위해 등록금을 제대로 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763만원으로 연세대(856만원) 한양대(838만원) 성균관대(833만원) 등보다 낮은 편이다.
3~4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한 다른 사립대들도 경희대를 유심히 지켜봤다. 그러나 학생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2011년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등록금심의위는 정원의 10분의 3 이상을 학생 위원으로 구성해야 한다.
정부의 압박이 상당히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등록금을 결정하는 해인 데다 내년에 반값 등록금 정책이 완성될 예정이기 때문에 ‘올해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이 있어선 안 된다’는 비공식 지침이 청와대에서 내려왔다”고 전했다.
고려대가 재원 부족으로 최근 6년 중 2011년을 뺀 5년간 교수·교직원 급여를 동결하는 등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물가 인상률도 반영하지 못해 실제로는 등록금을 내리는 셈”이라고 항변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등록금을 확정한 117개 대학 가운데 인하는 32개, 동결은 80개이며 인상한 대학은 5개에 그쳤다.
홍선표/강현우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