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상을 꿰뚫으면 미래까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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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의 통찰법 / 최윤식 지음 / 김영사 / 268쪽 / 1만4000원
1968년 세계 석유시장은 매우 안정돼 있어 유가 폭등이나 폭락의 우려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로열더치셸의 런던지사에 근무하는 피에르 왁은 가까운 시일 내에 석유파동이 올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현실의 다양한 변수와 언론에서 전해지는 미래의 징후를 분석한 결과였다. 그는 미국의 석유 비축량이 갈수록 줄고 있지만 미국과 주요 국가들의 석유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 아랍권 국가들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결성해 서방 세계의 이스라엘 지원에 반발해 결속을 강화하고 있는 점,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미국의 개입으로 다 이긴 전쟁에서 패하는 굴욕을 당한 점 등을 들었다.
셸은 일어날 수도 있는 위협에 대비해 안전망 구축전략을 가동했다. 유가가 올라 수요가 급감하더라도 거래하는 유조선 회사들과 ‘유조선의 최대 선적량을 꼭 채우지 않아도 된다’ ‘유가가 배럴당 6달러면 셸은 특별 해약권을 보유한다’ 등의 조건을 명시한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만약 유가가 올라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 유조선에 빈 탱크를 실을 수도 있는데, 전에는 이런 빈 탱크의 운송비를 내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셸의 예상대로 1973년 제4차 중동전쟁과 석유파동이 일어나자 다른 정유회사들은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셸은 위기 속에서 성장을 거듭해 업계 최하위에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다.
《미래학자의 통찰법》은 이런 사례와 함께 현재의 복잡다기한 여러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해 미래를 통찰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저자 최윤식 씨(사진) 는 지난해 뉴욕주립대가 인천 송도에 세운 한국뉴욕주립대 미래기술경영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미래 예측 전문가. 그는 이 책에서 미래학자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수단을 ‘통찰’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통찰의 방법과 적용법을 소개한다.
통찰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세상을 꿰뚫어 보고, 다르게 보고, 다르게 만들어보는 것. 저자는 이를 위해 독서, 사실과 견해를 구분하는 분별력과 비판적 사고, 빅데이터 활용, 숨어있는 변화의 힘을 찾아 연결하기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용의자의 행동 패턴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범죄 프로파일링처럼 대중의 심리와 기업, 사람 등의 미래 선택과 행동을 파악하기 위한 비즈니스 프로파일링 기법이다. 저자는 기업이 쏟아내는 각종 언론 보도와 발표 자료, 비전, 상품개발, 전략적 제휴 등의 정보에서 사실과 숫자를 수집하고 그에 담긴 함의를 찾아내 이들 간의 연관흐름도를 작성하라고 조언한다. 이를 토대로 사고와 행동의 시스템 패턴을 구조화하고 하나의 모델로 재구성하면 비즈니스 프로파일링이 완성된다.
저자는 “미래예측은 예언이 아니라 과학”이라며 “미래학자들이 훈련하는 통찰력을 일반인이나 기업도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미래예측 경쟁도 치열하다. 1847년 설립된 지멘스는 세계 최초의 전철(1879년)을 비롯해 인공심장박동기, 초음파진단기, 컬러액정 휴대폰 등 무수한 첨단 제품을 개발해 ‘세상이 변화하기 전에 변화를 선택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그 비결은 PoF(Picture of Future)하는 지멘스만의 정교한 미래예측 프로세스다. 지멘스는 PoF를 운영하면서 매년 두 차례 미래예측 정기보고서를 발간하는데, 그 어떤 정부 기관의 예측보다 정교하다고 한다.
IBM은 2009년 9월 미국의 유명한 통계분석 기업 SPSS를 12억달러에 인수한 것을 포함해 5년 동안 12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예측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1400년 넘게 지속해왔던 일본의 건설회사 곤고구미는 1990년대 부동산 버블을 예측하지 못해 한순간에 몰락했다.
“강한 기업과 약한 기업을 가르는 경계선은 통찰”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통찰은 미래 경영의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통찰력 훈련법이 쉽지는 않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꾸준히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자원을 투입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듯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셸은 일어날 수도 있는 위협에 대비해 안전망 구축전략을 가동했다. 유가가 올라 수요가 급감하더라도 거래하는 유조선 회사들과 ‘유조선의 최대 선적량을 꼭 채우지 않아도 된다’ ‘유가가 배럴당 6달러면 셸은 특별 해약권을 보유한다’ 등의 조건을 명시한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만약 유가가 올라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 유조선에 빈 탱크를 실을 수도 있는데, 전에는 이런 빈 탱크의 운송비를 내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셸의 예상대로 1973년 제4차 중동전쟁과 석유파동이 일어나자 다른 정유회사들은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셸은 위기 속에서 성장을 거듭해 업계 최하위에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다.
《미래학자의 통찰법》은 이런 사례와 함께 현재의 복잡다기한 여러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해 미래를 통찰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저자 최윤식 씨(사진) 는 지난해 뉴욕주립대가 인천 송도에 세운 한국뉴욕주립대 미래기술경영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미래 예측 전문가. 그는 이 책에서 미래학자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수단을 ‘통찰’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통찰의 방법과 적용법을 소개한다.
통찰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세상을 꿰뚫어 보고, 다르게 보고, 다르게 만들어보는 것. 저자는 이를 위해 독서, 사실과 견해를 구분하는 분별력과 비판적 사고, 빅데이터 활용, 숨어있는 변화의 힘을 찾아 연결하기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용의자의 행동 패턴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범죄 프로파일링처럼 대중의 심리와 기업, 사람 등의 미래 선택과 행동을 파악하기 위한 비즈니스 프로파일링 기법이다. 저자는 기업이 쏟아내는 각종 언론 보도와 발표 자료, 비전, 상품개발, 전략적 제휴 등의 정보에서 사실과 숫자를 수집하고 그에 담긴 함의를 찾아내 이들 간의 연관흐름도를 작성하라고 조언한다. 이를 토대로 사고와 행동의 시스템 패턴을 구조화하고 하나의 모델로 재구성하면 비즈니스 프로파일링이 완성된다.
저자는 “미래예측은 예언이 아니라 과학”이라며 “미래학자들이 훈련하는 통찰력을 일반인이나 기업도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미래예측 경쟁도 치열하다. 1847년 설립된 지멘스는 세계 최초의 전철(1879년)을 비롯해 인공심장박동기, 초음파진단기, 컬러액정 휴대폰 등 무수한 첨단 제품을 개발해 ‘세상이 변화하기 전에 변화를 선택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그 비결은 PoF(Picture of Future)하는 지멘스만의 정교한 미래예측 프로세스다. 지멘스는 PoF를 운영하면서 매년 두 차례 미래예측 정기보고서를 발간하는데, 그 어떤 정부 기관의 예측보다 정교하다고 한다.
IBM은 2009년 9월 미국의 유명한 통계분석 기업 SPSS를 12억달러에 인수한 것을 포함해 5년 동안 12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예측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1400년 넘게 지속해왔던 일본의 건설회사 곤고구미는 1990년대 부동산 버블을 예측하지 못해 한순간에 몰락했다.
“강한 기업과 약한 기업을 가르는 경계선은 통찰”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통찰은 미래 경영의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통찰력 훈련법이 쉽지는 않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꾸준히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자원을 투입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듯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