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CJ CGV 등 AA급
돈 굴릴데 없는 큰손 '사자' 경쟁
신용등급 AA등급 이상 우량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정부의 공공부채 감축 정책에 따라 공사채 발행이 큰 폭으로 줄어들자 ‘대체재’인 우량 회사채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18일 1000억원어치의 5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앞둔 현대건설(신용등급 AA-)은 지난 11일 진행한 수요예측 조사에서 두 배에 가까운 19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투자 기피 1순위’로 꼽히는 건설 회사채였지만 기관투자가들은 너도나도 현대건설 채권을 주머니에 쓸어담았다. 현대건설은 회사채 수요가 많은 점을 감안해 발행금액을 2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같은 날 진행된 CJ CGV(AA-)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1500억원의 ‘사자 주문’이 몰렸다. 발행금액(500억원)의 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달 들어 수요예측을 벌인 SK(주)(AA+)와 서브원(AA-)의 회사채도 ‘오버부킹(발행액보다 많은 수요가 몰리는 것)’됐다. 모두 신용등급이 AA로 우량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량 회사채의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올 들어 공사채 발행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강도 높은 부채 감축에 나서면서 공사채 발행이 예전보다 감소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달 공사채 발행은 3조17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7조76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연기금과 보험사 등 회사채시장의 ‘큰손’들이 신용등급 AAA 위주인 공사채 대신 우량 회사채 확보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시장지배력이 높거나 경기를 덜 타 수익성이 높은 내수기업의 회사채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AJ렌터카(A-)는 회사채 수요가 많아 지난 11일 발행 예정액 600억원보다 200억원 많은 8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한 증권사 채권 발행담당 임원은 “AA등급은 못 돼도 수익성 위주의 탄탄한 내수기업에는 투자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이들 기업은 예상보다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18일 1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현대다이모스(A+)는 수요예측에서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자 시장 평가금리보다 0.18%포인트 낮은 금리로(5년 만기 기준) 발행 금리를 정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