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마케팅 정통한 수입車 CEO "포르쉐의 질주 지켜 보세요"
‘업무에 철두철미하고 옷 잘 입는 CEO.’ 김근탁 포르쉐코리아 사장(54)을 주변에선 곧잘 이렇게 평한다. 돌 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심사숙고형인 김 사장은 패션 감각이 뛰어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 독일 포르쉐 본사는 김 사장을 올 1월 출범한 포르쉐코리아의 초대 대표로 내정했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두루 경험한 내공에다 포르쉐 브랜드에 어울리는 글로벌 감각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김 사장은 앞서 크라이슬러코리아 판매·마케팅 이사(1996년)와 GM코리아 사장(2001~2006년), 쌍용자동차 글로벌마케팅담당 상무(2007~2008년)를 지냈다. 또 직전까지 자동차 리서치 회사인 IHS오토모티브 사장을 맡아 국내 자동차시장 흐름에 밝다.

김 사장은 업무에선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그를 잘 아는 수입차 업계 인사는 “확인, 또 확인하고 중요한 일은 예외 없이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준비한다”고 전했다. 무엇이든 미리 준비해 돌발 상황에 대비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신중한 성격 때문인지 말수도 적은 편이다. 질문을 해도 단답형의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김 사장은 수입차 업체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았지만, 첫 직장은 호텔이었다.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스위스 호텔학교에서 3년간 공부했다. 그리곤 1990년대 초반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마케팅 과장을 지냈다.

김 사장이 ‘서비스 만족도’를 강조하는 것도 그때 호텔에서 직접 고객들을 대하며 쌓은 경험 덕분이다. 스위스 호텔학교에서 패션감각도 키웠다. 단순히 옷을 잘 입는 게 아니라 슈트를 통해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고 호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사장은 최근 네이비 슈트에 오렌지빛 넥타이 조합을 즐긴다. 오렌지 컬러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화합을 상징한다. 새로운 회사에서 새 직원들과 고객들을 배려하겠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달 23일 포르쉐 한국법인 출범 기념 기자간담회에도 이 옷차림으로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올 상반기에 마칸을 포함해 12개 모델을 출시하고 연간 2600대를 판매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내놨다. 이와 함께 올해 광주와 대전에 딜러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새로 열고 2018년까지 매년 10% 이상 성장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지난해 말부터 24명의 직원과 하루에도 몇 번씩 회의를 하며 꼼꼼히 만든 청사진이다.

포르쉐의 엠블럼 중앙에는 검은 말이 새겨져 있다. 김 사장이 2014년 ‘말의 해’에 새로 출범한 포르쉐코리아를 ‘명마’로 키워낼지 주목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