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스피드스케이팅 메달을 싹쓸이하며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힘을 앞세워 장거리를 독식했던 네덜란드가 기술까지 겸비하면서 더욱 강해져 단거리까지 석권하고 있다는 평가다.

네덜란드는 11일(한국시간) 남자 500m에서 미헐 뮐더르·요하너스 스메이컨스·로날트 뮐더르가 금·은·동메달을 휩쓸었고, 남자 5000m에서는 스벤 크라머르와 얀 블록하위선, 요릿 베르흐스마가 1~3위를 독식했다. 역대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한 나라가 두 종목에서 금·은·동메달을 모두 가져간 것은 처음이다. 지난 9일 여자 3000m에서도 이레인 뷔스트가 금메달을 획득하며 3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가져갔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네덜란드의 전통적인 올림픽 ‘메달밭’이다. 네덜란드는 이날까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93개 메달(금 32·은 33·동 28개) 중 89개(30·31·28)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땄다. 전체 메달의 95.7%가 이 종목에서 나왔다. 동·하계 통틀어도 2위인 수영(총 56개, 19·18·19)보다 30여개 많은 메달을 따냈다.

네덜란드를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으로 만든 요인은 잘 갖춰진 인프라, 폭 넓은 저변, 우월한 신체 조건, 뜨거운 열기 등이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25%가량이 바다보다 낮아 인공 제방과 수로가 발달했다. 겨울에 수로가 빙판으로 변하면 네덜란드 국민 누구나 손쉽게 스케이트를 즐긴다. 그만큼 저변이 넓다. ‘엘프스테덴토흐트(Elfstedentocht)’라고 불리는 200㎞ 스케이트 마라톤이 1909년부터 시작됐을 정도다. 얼음이 두껍게 언 해에 열리는 이 대회는 수만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속도를 겨루는 스피드스케이팅에 유리한 신체조건을 갖췄다. 큰 키와 긴 팔다리는 추진력을 내는 원동력이며 일정 수준 이상 몸무게는 레이스 막판 가속도를 붙이는 데 도움이 된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선수보다 신체조건에서 유리할 뿐 아니라 유럽이나 북미 등 다른 국가보다도 월등히 앞선다.

네덜란드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은 축구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스포츠다. 이번 대회에서 네덜란드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크라머르는 국가적 영웅이다.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선수 육성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고 실업팀의 대결에 국민들이 열광한다.

미국 USA투데이는 “네덜란드의 국가적인 헌신이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의 뿌리다. 겨울만 되면 스피드스케이팅에 쏟는 관심이 대단하다. 동계올림픽이 있는 해에는 특히 더하다”고 평가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