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 확대가 과연 민간경제의 활력을 키우는가. 케인스 경제학이 신줏단지처럼 받드는 이른바 승수효과에 의문을 제기한 논문이 한국경제학회에서 발표됐다. 김경근 한국은행 과장과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1970~2011년까지 실질GDP(국내총생산)를 구성하는 정부지출, 민간지출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정부지출이 오히려 경제성장을 저해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툭하면 증세요, 정부지출 확대를 떠들어대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분석이다.

이 논문은 정부지출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왜 도움이 안 되는지도 명확히 설명해냈다. 정부지출이 집중됐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투자와 민간투자의 상관도는 -0.55로 음의 관계로 나타났다. 정부투자가 오히려 민간투자를 내쫓는 구축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정부소비와 민간소비의 상관도 역시 -0.19로 보완 아닌 대체관계를 보였다. 결국 금융위기 이후 재정의 역할 확대로 경제를 살린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오히려 민간의 활력만 죽인 꼴이 되고 말았다는 얘기다.

케인스가 말한 승수효과에 대한 의문은 미국 등 해외에서는 진작부터 제기돼 왔던 터다. 정부지출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민간투자가 위축되는 소위 구축효과 가능성은 말할 것도 없고, 구조조정 지연, 재정 파탄 위험성, 개방경제 하에서의 한계성에 이르기까지 그 근거도 여러 가지다. 사실 케인스의 해법을 통해 1930년대 대공황을 벗어났다는 주장부터가 허구라는 논문도 많다. 70~80년대에는 케인스 경제학이 아예 파산선고를 받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케인시안이 다시 살아났다지만 위기를 진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재정파탄으로 세계경제의 또 다른 불안요인을 만들고 만 것도 그 한계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이번 논문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사실의 재발견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케인스 처방의 위험성이 다시 한 번 분명히 확인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경제를 살리는 길은 증세와 정부지출 확대가 아니라 감세와 민간지출 확대에 있음을 실증자료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땀과 노력, 혁신만이 경제를 살찌운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