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핵심 물류 계열사인 (주)한진을 분할한 뒤 투자부문을 지주회사 한진칼과 합병하기로 했다. 당초 대한항공 분할을 중심으로 설계한 지주사 체제에 한진해운에 이어 (주)한진도 편입됨에 따라 한진칼은 그룹 내 주요 사업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지주사로 거듭나게 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주)한진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쪼갠 뒤 투자부문을 한진칼에 합병시키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대한항공(지분율 9.78%)과 한진칼(9.78%) 등 (주)한진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은 투자부문으로 넘어간다. 상반기 중 (주)한진의 분할 재상장 작업에 들어가 내년 8월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간 순환고리를 끊는 동시에 지주사 체제의 안정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한진칼과 합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한진이 한진칼과 합병하면 지주사에 대한 조양호 회장의 지배력은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조 회장 측이 (주)한진 지분 6.9%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조 회장 측은 이와 별도로 조만간 대한항공 보유주식 6.9%를 한진칼에 넘기는 대신 한진칼 신주를 넘겨받기로 했다. 업계는 합병과 주식 스와프가 이뤄진 뒤 조 회장 측의 한진칼 지분은 30% 이상(교환비율 1 대 4 가정)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한진칼이 ‘대한항공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는 문제도 해결된다. ‘한진칼-정석기업-(주)한진-한진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는 ‘한진칼-정석기업’으로 간소화된다. 순환출자 고리는 끊기지만 상호출자 형태로 바뀌는 셈이다. 한진그룹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진칼과 정석기업을 합병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석기업은 오너들이 지분을 모두 갖고 있어 크게 문제될 게 없지만 (주)한진의 분할 및 합병은 41%에 이르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해 신중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라며 “상호출자는 형성 직후 6개월 안에 해결해야 하는 만큼 한진칼-(주)한진-정석기업 등 3개사 합병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