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이 들려준 꼬마작곡가들 상상력 선율
미국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뉴욕필하모닉 단원들이 박수 갈채를 받으며 무대 위에 올라섰다. 이들이 연주한 곡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같은 고전 음악도, 불레즈나 메시앙 같은 현대음악도 아니었다. 한국 초등학생들이 난생처음 만든 곡이었다.

5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선 특별한 공연(사진)이 펼쳐졌다. 이날의 주인공은 뉴욕필 단원이 아니라 지금껏 악기를 다뤄본 적도, 작곡을 생각해본 적도 없던 초등학생들. ‘꼬마 작곡가’들이 만든 곡을 뉴욕필 단원이 연주하는 자리였다.

뉴욕필은 초등학교 3~5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방과후 워크숍을 제공하는 학교 협력 프로그램 ‘꼬마 작곡가(Very Young Composer)’를 199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해외 협력 프로그램으로 진행 중이다. 프로그램 운영자인 뉴욕필의 작곡가 리처드 케릭은 “‘꼬마 작곡가’는 아이들이 음악과 소리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하남, 익산, 김해, 대전의 초등학생 96명은 지난 3개월 동안 음악 강사들과 함께 리듬게임과 음정 이해, 악기 인터뷰 등의 과정을 통해 저마다 곡을 만들었다. 익산의 이승하 양은 솔로의 외로움, 혼란스러움, 커플이 되는 것을 표현한 ‘가을바람’이란 곡을 작곡했다. 하남의 송동령 군은 자신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형과 싸웠을 때의 분노를 표현한 ‘스파르타&에필로그’를 선보였다. 김해의 심예은 양은 전쟁 때문에 아픔을 겪은 국가들이 전쟁을 끝내고 화해하면서 세계 평화가 찾아온다는 내용의 ‘세계인들의 평화 행진’을 무대에 올렸다.

한편 뉴욕필하모닉은 6, 7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50주년을 기념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공동으로 여는 이번 공연에서 뉴욕필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 등을 선보인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