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타이젠 연합…위기탈출 성공할까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대항할 ‘제3의 OS’로 주목받던 타이젠을 바라보는 시각이 ‘기대’에서 ‘우려’로 바뀌고 있다. 타이젠연합은 오는 24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타이젠 부스를 차리고 시제품을 공개하기로 했다. MWC 개막 전날인 23일 업계 관계자를 초청해 별도 행사도 열 예정이다. 하지만 연합에 가입했던 통신사들이 최근 잇달아 탈퇴하면서 타이젠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세계 통신·스마트폰 제조 사업자들을 상대로 타이젠 폰을 공개하는 MWC가 타이젠의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NTT도코모·오렌지, 연합 탈퇴

타이젠연합이 이달 말 시제품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언제 시중에 판매할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타이젠연합에 참여했던 세계 각국 통신사들이 처음과는 다르게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일본 1위 통신사인 NTT도코모는 지난달 말 “타이젠 폰 출시를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NTT도코모는 오는 3월 세계 최초로 타이젠 폰을 시중에 내놓을 예정이었다. 타이젠 폰 론칭에 열성을 보이던 NTT도코모가 갑작스레 발을 뺀 것은 애플의 아이폰 때문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그간 아이폰을 팔지 못했던 NTT도코모는 지난해 애플과 공급계약에 성공해 아이폰5s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타이젠을 도입해 일본 내 다른 통신사들과 경쟁하려 했던 NTT도코모가 아이폰 론칭에 성공하면서 타이젠 폰 출시를 무기한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TT도코모와 같은 시기에 유럽에서 타이젠을 선보이기로 한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도 타이젠 폰 출시 계획을 보류했다. 아예 탈퇴한 회원사도 있다.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는 지난해 연합을 탈퇴했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도 연합을 탈퇴해 타이젠의 라이벌인 모질라 파이어폭스 OS를 내장한 스마트폰을 내놨다.

○삼성 ‘탈안드로이드’, 실패 하나

세계 통신사들이 잇달아 타이젠연합을 이탈하고 있는 이유는 타이젠의 완성도에 대한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타이젠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도 문제다. 사용자를 불러모으려면 이용할 수 있는 앱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지난해 타이젠연합은 400만달러(약 46억원)의 상금을 걸고 타이젠 앱 개발대회를 여는 등 타이젠용 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타이젠 OS용 앱은 6000개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iOS에 등록된 앱이 지난해 100만개를 넘어선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각국 통신사들이 등을 돌리자 3월 타이젠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는 타이젠연합의 목표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SK텔레콤 KT 등 국내 통신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OS인 ‘바다’를 개발하다 중단한 전력이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타이젠 OS까지 성공시키지 못하면 ‘탈안드로이드 전략’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다.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삼성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타이젠 OS 점유율이 0.34%에 그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 타이젠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도해 개발 중인 스마트폰 운영체제(OS). PC의 윈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 가전제품 차량용기기 등 각종 디지털기기에도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