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기자 ] 흑자 행진으로 날개를 막 펼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중장기 전략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심화된 경쟁에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선 보다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3일 에어부산은 앞으로 4년 안에 '아시아 최고의 근거리 수송 항공사'로 자리매김한다는 중장기 경영 목표를 내놨다.

구체적으로 2018년까지 매출 규모를 올해 목표(3500억원)의 두 배인 7000억원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2014년 항공기 13대를 2018년 19대로, 14개 국내외 노선을 23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태근 에어부산 대표는 "2018년까지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의 경영성과를 거둘 것"이라며 "지역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저비용항공사로 우뚝 서겠다"고 강조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내부적으로 중장기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창립 후 처음으로 중장기 전략을 마련한 진에어는 이달 말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를 최종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 역시 향후 5년 내 중점적으로 키울 해외 노선 등 중장기 성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제주항공은 매출 다변화를 통한 '1등 굳히기'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LCC들이 이처럼 중장기 청사진 그리기에 나선 것은 본격적인 성장 궤도로 오른 시점에 향후 전략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탑승객 1567만명이 국내 LCC를 이용하며 국내·외 노선에서 LCC가 차지하는 비율은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가파른 점유율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엔 국내 LCC 5개사가 모두 처음으로 흑자 궤도에 올라섰다. 연간 흑자 달성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성장 속도를 높일수록 대내외적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LCC들이 공격적인 노선 확대에 나섰을 뿐 아니라 외국계 LCC들이 국내 취항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에어아시아 엑스가 국내 취항 횟수를 늘린데 이어 홍콩익스프레스가 내달 국내 취항을 확정하는 등 외국계 LCC들의 행보가 분주하다. 동남아 최대 규모의 LCC인 에어아시아도 국내 법인 설립을 통해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상장을 앞두고 있고 후발 주자인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올랐다"며 "외국계 LCC의 공세도 거세지면서 향후 성장 전략을 점검할 시기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건 한국신용평가 기업·그룹평가본부 연구위원은 "국내 LCC들이 주요 노선인 일본, 중국, 동남아 근거리 국제선을 중심으로 노선을 확충하고 있다"며 "국내선의 성장세 둔화, 근거리 노선에서 경쟁 심화 등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영업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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