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규모를 추가로 월 100억달러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지난 주말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데 대한 경계감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지난해까지 월 850억달러였던 Fed의 채권 매입규모는 1월과 2월에 각각 100억달러씩 줄어 이제는 월 650억달러가 됐다. 글로벌 시장에 달러 유동성 공급이 급속도로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다. 테이퍼링 충격이 아르헨티나 터키 등 몇몇 신흥국들의 통화 위기와 겹치면서 혹시라도 또 다른 글로벌 위기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한 정부 반응은 “큰 걱정할 것 없다”는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는 지난주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신흥국간 차별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경상수지 흑자와 충분한 외환보유액 등 기초체력을 감안할 때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어도 되는지는 의문이다. 과거 외환위기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정부는 늘 비슷한 얘기를 했다. 괜찮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정부 말만 믿다가 뒤통수를 맞은 경우도 왕왕 있었다. 글로벌 시장 충격이 유독 한국에만 더 크게 전해졌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기초 체력만으로는 시장 안정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최근 상황 역시 결코 간단치 않다. IMF는 신흥국에 긴급 대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위기가 신흥국 전반으로 퍼지는 중이라고 진단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1월 세계 주식지수가 4.4% 하락, 4년 만에 최악이라고 밝혔다. 코스피지수도 1월 3.5% 추락했다. 외국인은 이 기간 1조6500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물론 정부가 불필요하게 위기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늘 별것 아니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도 문제다.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