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눈먼 돈'만 늘리는 과잉 中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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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해저드 유발하는 정책과잉
예산지원 아닌 혁신인프라 보강해
일하는 중기인이 혜택받게 해야"
김광희 <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예산지원 아닌 혁신인프라 보강해
일하는 중기인이 혜택받게 해야"
김광희 <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중소기업 정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거의 전 경제부처 정책이 ‘창조’, ‘중소기업’ 이름표를 달고 나온다. 이는 현 정부만의 특이 현상은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중기 관련법 및 시책이 확대돼 왔다. 중기에 지원이 늘어나고, 정책이 집중되는 이유는 몇 가지 점에서 그 정당성을 갖는다.
첫째, 중기 육성을 통해 대기업이 놓친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고, 양적 고도성장의 내실화를 기할 수 있다. 둘째, 점점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를 해소해 경제의 안정성을 높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최대 난제인 고용문제를 풀기 위해 고용창출력이 큰 중기에 지원을 집중하는 이유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역시 이런 이유로 중기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수요자인 기업뿐 아니라 정책 당국자들도 가짓수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태에서 부처 간에 경쟁적으로 시책을 내다보니 비슷한 프로그램이 생기고, 혜택을 중복해 받는 기업들이 생긴다. 정책과잉으로 인해 모럴해저드가 유발되고, 혼잡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를 위한 정책 당국의 정책이 좀 더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병폐를 해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심히 뛰는 기업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정책에 대한 회의와 불신감, 냉소적 태도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중기 정책의 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경제신문 1월22일자 칼럼 ‘정상화 필요한 中企정책’은 시의적절하다.
대부분의 정부 시책은 상반기 2월, 하반기 7월에 공고되고, 기업이 서류를 내면 이를 평가해 수혜 대상자를 선정·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돈이 있으니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라는 식이다. 예산을 이런 식으로 집행하다 보니 그 과실을 누리려고 관가 주변을 맴도는 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어떻게 하면 지원을 더 받을 수 있을지 머리를 짜내고, 그것도 힘든 기업은 서류작성을 대행하고 보수를 챙기는 정책 브로커에게 일을 맡긴다. 정부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묵묵히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기업인은 역차별을 받는 시스템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원 시스템을 독일식으로 바꾸면 어떨까. 기술개발이나 회사 운영상에 문제가 있을 때 정부를 찾아가 도움을 받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독일의 경쟁력은 튼튼한 중기에 기초하고 있다. 그렇다고 독일이 중기 정책을 많이 쓰는 나라는 아니다. 대신에 독일은 중기에 우호적인 3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기술혁신을 하고자 하는 기업이 기술연구소나 대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혁신 인프라, 숙련 인력을 키워내는 직업교육 훈련체계, 중기 우호적 금융시스템이 그것이다. 특히 독일 정부는 중기 기술혁신 인프라를 보강하는 데 중기 전체 예산의 20%를 쓰고 있다.
좋은 인프라를 구축해, 필요한 기업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정부 시책을 둘러싼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여지가 줄어든다. 정책의 간결성으로 혼잡비용, 행정비용도 최소화될 것이다. 선진사회의 강점은 이와 같은 인프라를 정착시켜 신뢰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해 나가는 데 있다. 우리도 지원과 칸막이 위주의 후진시스템을 버릴 때가 됐다.
창조경제가 성과를 내려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묵묵히 일하는 기업인,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벤처인들이 지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전 부처가 경쟁적으로 정책을 쏟아내기보다, 스스로 돕는 기업이 일어설 수 있게 돕는 쪽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김광희 <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첫째, 중기 육성을 통해 대기업이 놓친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고, 양적 고도성장의 내실화를 기할 수 있다. 둘째, 점점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를 해소해 경제의 안정성을 높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최대 난제인 고용문제를 풀기 위해 고용창출력이 큰 중기에 지원을 집중하는 이유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역시 이런 이유로 중기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수요자인 기업뿐 아니라 정책 당국자들도 가짓수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태에서 부처 간에 경쟁적으로 시책을 내다보니 비슷한 프로그램이 생기고, 혜택을 중복해 받는 기업들이 생긴다. 정책과잉으로 인해 모럴해저드가 유발되고, 혼잡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를 위한 정책 당국의 정책이 좀 더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병폐를 해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심히 뛰는 기업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정책에 대한 회의와 불신감, 냉소적 태도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중기 정책의 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경제신문 1월22일자 칼럼 ‘정상화 필요한 中企정책’은 시의적절하다.
대부분의 정부 시책은 상반기 2월, 하반기 7월에 공고되고, 기업이 서류를 내면 이를 평가해 수혜 대상자를 선정·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돈이 있으니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라는 식이다. 예산을 이런 식으로 집행하다 보니 그 과실을 누리려고 관가 주변을 맴도는 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어떻게 하면 지원을 더 받을 수 있을지 머리를 짜내고, 그것도 힘든 기업은 서류작성을 대행하고 보수를 챙기는 정책 브로커에게 일을 맡긴다. 정부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묵묵히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기업인은 역차별을 받는 시스템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원 시스템을 독일식으로 바꾸면 어떨까. 기술개발이나 회사 운영상에 문제가 있을 때 정부를 찾아가 도움을 받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독일의 경쟁력은 튼튼한 중기에 기초하고 있다. 그렇다고 독일이 중기 정책을 많이 쓰는 나라는 아니다. 대신에 독일은 중기에 우호적인 3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기술혁신을 하고자 하는 기업이 기술연구소나 대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혁신 인프라, 숙련 인력을 키워내는 직업교육 훈련체계, 중기 우호적 금융시스템이 그것이다. 특히 독일 정부는 중기 기술혁신 인프라를 보강하는 데 중기 전체 예산의 20%를 쓰고 있다.
좋은 인프라를 구축해, 필요한 기업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정부 시책을 둘러싼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여지가 줄어든다. 정책의 간결성으로 혼잡비용, 행정비용도 최소화될 것이다. 선진사회의 강점은 이와 같은 인프라를 정착시켜 신뢰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해 나가는 데 있다. 우리도 지원과 칸막이 위주의 후진시스템을 버릴 때가 됐다.
창조경제가 성과를 내려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묵묵히 일하는 기업인,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벤처인들이 지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전 부처가 경쟁적으로 정책을 쏟아내기보다, 스스로 돕는 기업이 일어설 수 있게 돕는 쪽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김광희 <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