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여보, 같이 밥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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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밥먹을 시간도 없는 근로자들
고용 구조 바꿔 식사시간 찾아줬으면
김현미 < 국회의원·민주당 hyunmeek@daum.net >
고용 구조 바꿔 식사시간 찾아줬으면
김현미 < 국회의원·민주당 hyunmeek@daum.net >
“이런 말씀 드리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우리 집사람하고 같은 밥상에서 밥 먹어 본 게 언제인지 몰라요. 집사람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데, 내가 일찍 나가니까 집사람 자는 거만 보고 나와요. 그리고 날 새고 다음날 새벽에 들어가면 집사람은 자고 있고, 내가 잠깐 씻고 자고 있으면 집사람은 출근해요. 서로 자는 얼굴만 보고 나오는 거예요.”
“모두 잠든 집에 들어가면 반겨주는 건 강아지밖에 없어요. 집은 잠자는 여관이에요. 가족들과 오순도순 앉아서 밥 먹을 시간이 없어요. 애들하고 대화요? 휴대폰으로 해요. 근데 전화로 할 얘기가 뭐 있겠어요? 얼굴 대면하고 마음과 마음을 통하는 게 대화지, 이건 용건을 말하는 거예요.”
얼마 전에 만난 택시 운전기사들의 얘기다. “같이 밥 먹어 본 게 언제인지 몰라요.” 여행도 영화구경도 아닌, 같이 밥 먹는 것이라니. 가슴에 돌덩이가 들어앉은 것 같았다.
한국 노동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한다. 세계 최장 노동시간 기록을 도대체 몇 년째 보유하고 있는지 꼽아봐야 할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3년 구조개혁 평가보고서’에 따르더라도 한국 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4.6시간으로 OECD 평균 32.9시간보다 10시간 이상 길다. 평균치가 세계 최장 시간이면, 저 아래 평균이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식구끼리 같이 밥 먹을 시간조차 없다’는 게 실상일 것이다.
식구끼리 밥조차 먹지 못하게 하는 사회는 사실상 가정을 무너뜨리는 사회다. 이런 황량함에서는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노동이 나올 수 없다. 창조적 서비스가 살아나지도 못한다. 진정 노동생산성을 기대한다면, 그들에게 가정을 돌려줘야 한다. 그렇게 고용구조를 바꿔야 한다.
요즘 대형마트 영업시간은 밤 12시까지다. 밤늦게 퇴근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자정영업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바꿔서 생각해보자. 일 끝내고 밤 12시가 넘은 시간, 버스도 전철도 끊긴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서 퇴근하는 그 사람이 내 아내이고, 엄마고, 딸이라면 누구에게도 그 밤이 안녕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남편과 아내, 아빠와 엄마가 없는 밤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사회적 합의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지난 대선 때 모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가 많은 이에게 울림을 주었다. 저녁, 아니 ‘밤이라도 있는 삶’이 우리 노동자들에게 이뤄지는 새해를 빌어본다.
김현미 < 국회의원·민주당 hyunmeek@daum.net >
“모두 잠든 집에 들어가면 반겨주는 건 강아지밖에 없어요. 집은 잠자는 여관이에요. 가족들과 오순도순 앉아서 밥 먹을 시간이 없어요. 애들하고 대화요? 휴대폰으로 해요. 근데 전화로 할 얘기가 뭐 있겠어요? 얼굴 대면하고 마음과 마음을 통하는 게 대화지, 이건 용건을 말하는 거예요.”
얼마 전에 만난 택시 운전기사들의 얘기다. “같이 밥 먹어 본 게 언제인지 몰라요.” 여행도 영화구경도 아닌, 같이 밥 먹는 것이라니. 가슴에 돌덩이가 들어앉은 것 같았다.
한국 노동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한다. 세계 최장 노동시간 기록을 도대체 몇 년째 보유하고 있는지 꼽아봐야 할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3년 구조개혁 평가보고서’에 따르더라도 한국 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4.6시간으로 OECD 평균 32.9시간보다 10시간 이상 길다. 평균치가 세계 최장 시간이면, 저 아래 평균이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식구끼리 같이 밥 먹을 시간조차 없다’는 게 실상일 것이다.
식구끼리 밥조차 먹지 못하게 하는 사회는 사실상 가정을 무너뜨리는 사회다. 이런 황량함에서는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노동이 나올 수 없다. 창조적 서비스가 살아나지도 못한다. 진정 노동생산성을 기대한다면, 그들에게 가정을 돌려줘야 한다. 그렇게 고용구조를 바꿔야 한다.
요즘 대형마트 영업시간은 밤 12시까지다. 밤늦게 퇴근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자정영업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바꿔서 생각해보자. 일 끝내고 밤 12시가 넘은 시간, 버스도 전철도 끊긴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서 퇴근하는 그 사람이 내 아내이고, 엄마고, 딸이라면 누구에게도 그 밤이 안녕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남편과 아내, 아빠와 엄마가 없는 밤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사회적 합의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지난 대선 때 모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가 많은 이에게 울림을 주었다. 저녁, 아니 ‘밤이라도 있는 삶’이 우리 노동자들에게 이뤄지는 새해를 빌어본다.
김현미 < 국회의원·민주당 hyunmeek@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