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법정관리를 졸업한 데 이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임영현 지오엠씨 대표(앞줄 왼쪽 두 번째)가 28일 사무실에서 임직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양병훈 기자
2012년 법정관리를 졸업한 데 이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임영현 지오엠씨 대표(앞줄 왼쪽 두 번째)가 28일 사무실에서 임직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양병훈 기자
학습용 집중력 향상기 엠씨스퀘어로 유명한 지오엠씨의 임영현 대표(55)에게 올해 설은 각별하다. 기울어 가던 회사를 흑자로 다시 일으켜 세우고 맞는 첫 번째 설이어서다. 2011년과 2012년 각각 35억6600만원, 13억5000만원의 적자를 낸 지오엠씨는 지난해 영업이익 14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임 대표에게 지난 10여년은 고난의 시기였다. 1979년 설립된 지오엠씨는 2000년대 이후 엠씨스퀘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자금난에 시달렸다. 급한 불을 끄려고 사채를 얻어 썼더니 감당하기 힘든 이자가 덮쳤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지급한 사채 이자만 600억여원에 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9년 유상증자 과정에서 불거진 배임·횡령 혐의로 남편인 이준욱 전 대표가 이듬해 구속됐다. 잇따른 악재로 2010년에는 코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1999년 말 3만8000원(액면가 200원)까지 치솟았던 회사 주식은 상장 폐지 당시 20원(액면가 500원)으로 주저앉았다.

임 대표는 “아침에 잠에서 깨기가 두려웠다”며 “자살 유혹을 받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수면제 수십 알을 모아서 갖고 다닌 적도 있다. 임 대표는 재기에 나섰다. 그는 “직원 고객 등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도저히 저버릴 수 없었다”며 “포기했다면 안타까움과 실망만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2011년 서울중앙지법에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인가받았다. 이후 직원들과 힘을 모아 신시장 개척을 시작했다. 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들어 그해 7월 부작용 없이 통증을 치료하는 페인스크램블러를 출시했다. 이 기기로 지오엠씨는 2012년에만 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2년 3월에는 엠씨스퀘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형태로 만든 ‘엠씨스퀘어 모바일 M’을 내놨다. 여기서 월평균 2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실적에 힘입어 지오엠씨는 2012년 9월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최근에는 엠씨스퀘어와 생활용품을 결합한 ‘컨버전스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 10일 엠씨스퀘어를 베개와 결합한 ‘엠씨스퀘어 시너지’를 내놨고 다음달에는 엠씨스퀘어와 듀오백 의자를 결합한 ‘스마트 의자’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기청정기를 결합한 상품도 준비 중이다. 임 대표는 “올해 80억원어치를 팔아 27억25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린다는 목표를 잡았는데 출발이 좋다”며 “회사가 탄탄해지면 주식시장에도 재상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실패하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냉철하게 찾아보면 누구에게나 불씨는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씨를 찾아서 죽을 힘을 다해 불면 불은 반드시 일어난다”며 “기적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좌절하면 주변에서도 외면하지만 노력하면 도와주더군요. 회사와 관련된 모든 분이 만족하는 날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입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