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특허 공유…더 강해진 '삼구 동맹'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제조사와 운영체제(OS) 개발회사가 힘을 합쳤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광범위한 기술·사업 영역에서 특허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맺는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두 회사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특허는 물론 앞으로 10년간 출원하는 특허까지 공유하기로 했다. 두 회사 간 특허를 공유함으로써 특허소송에 휘말릴 위험을 크게 줄인 것이다.

특히 애플과 기나긴 법정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으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게 됐다. 미래 제품·서비스를 개발하는 데도 서로의 기술을 공유할 수 있게 돼 두 회사에 모두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IT 공룡의 ‘윈-윈 전략’

스마트폰 시장 1위 삼성전자와 OS 시장 1위인 구글 두 회사가 특허 협약을 맺은 것에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양사 모두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소프트웨어 분야 경쟁력은 취약하다. 2009년 자체 OS인 ‘바다’를 개발한 데 이어 최근 ‘타이젠’ OS 연합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지만 결과는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구글의 검색 엔진, 안드로이드 OS 관련 기술 특허 등을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삼성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관측이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스마트글라스 ‘구글글라스’를 내놓는 등 최근 하드웨어 분야에 대한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는 구글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제조 노하우를 십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계약은 ‘안드로이드 동맹군’의 결속을 공고히 한다는 의미도 있다. 서로 경쟁하기보다 ‘안드로이드 체제’ 안에서 공존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안승호 삼성전자 지적재산권(IP)센터장(부사장)은 “구글과의 이번 계약 체결은 불필요한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애플과의 소송에 영향 줄까

두 회사는 이번 특허 라이선스 체결에 대해 “특허소송보다는 미래 성장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스마트폰을 둘러싼 특허 소송 공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은 그간 애플뿐 아니라 다양한 회사로부터 ‘특허 소송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만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로부터 38건의 소송을 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은 특허소송을 방어하는 데만 천문학적인 비용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 공방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시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사실상 ‘최고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2월 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소송 협상을 해야 하는 신종균 삼성 IM(정보기술·모바일)담당 사장 입장에서는 든든한 아군을 얻은 셈이다.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은 기업이 체결한 후에도 발표하지 않는 사례가 많지만 이를 발표한 것도 협상을 앞두고 애플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스웨덴 통신회사 에릭슨과의 특허소송을 끝내고 상호 특허사용 계약을 맺었다. 에릭슨은 삼성과 특허 계약 연장 협상을 2년 가까이 벌이다가 실패하자 2012년 미국 텍사스 연방동부지법에 소송을 제기하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도 삼성전자를 제소했다. 삼성전자도 이에 맞서 에릭슨이 자사 특허 8건을 침해했다며 같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년2개월여를 끌어온 두 회사 간 소송이 이번에 합의점을 찾음에 따라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진행되는 중요한 소송 두 건 중 하나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