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품질관리 노하우 전수
"공장 한바퀴 돌아보기만 해도 컨설턴트들은 문제 파악해"
경기 반월·시화공단에서 ‘기업주치의’로 일하고 있는 대기업 출신 경영컨설턴트들이 설 연휴를 앞두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중소기업에 필요한 경영혁신 기법이나 품질관리 노하우 등을 제공해 달라는 기업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반월·시화 기업주치의센터에서 일하는 경영컨설턴트는 모두 9명이다. 학교에서 책으로 혁신을 배운 게 아니라 대기업 경영혁신 부서에서 부장이나 차장 등을 지내며 10~20년간 현장 경험을 해온 사람들이다.
예컨대 정해일 센터장은 LS산전에서 경영혁신 팀장을 지낸 전문가다. 100만개 제품에서 발생하는 불량품을 평균 3.4개 이하로 낮춘다는 6시그마, 재고를 없애는 도요타생산방식(TPS), 품질관리(QC) 등을 실행한 경험이 있다.
정규진 지원팀장은 모토로라에서 일하며 6시그마 블랙벨트를 취득했고 국제트리즈협회에서 창의적인 문제해결 기법인 TRIZ의 ‘레벨3’ 인증도 받았다. 장광욱 중견기업육성팀장도 삼성전자 6시그마 추진팀장 출신이다. 이관석 경영주치의는 GS리테일에서 전략적사고태스크포스팀 차장을 지냈다.
이들이 반월·시화 기업주치의센터에서 일하는 이유는 ‘사명감’ 때문이다. 자신들이 배우고 익힌 경영혁신 기법은 중소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인데, 정작 중소기업들은 이를 받아들일 능력이나 자세가 돼 있지 못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대기업 연봉의 절반 정도를 받고 있으나 훨씬 보람 있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반월·시화 기업주치의센터에서 내세우는 컨설팅 전략은 ‘CPD’다. Communication(소통), Passion(열정), Devotion(헌신)의 약자다. ‘소통’은 중소기업들이 내면에서 원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실력과 경험이 아무리 풍부해도 ‘열정’이 없으면 어떤 변화도 일궈내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던지는 ‘헌신'을 하지 않으면 아무 성과도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대기업 경영혁신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CPD 전략으로 중소기업인들과 소통하며 뛰고 있다”며 “컨설턴트들은 공장을 방문해 한 바퀴 돌아보기만 해도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단계에까지 도달했다”고 자신했다.
이곳에서 컨설팅을 받는 기업은 비용을 내지 않는다. 한국산업단지공단과 기업은행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책자금과 기업은행 출연금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반월·시화 기업주치의센터는 12개 육성대상 기업뿐만 아니라 수백개 업체에 대해 경영·기술·금융 상담을 벌이고 있다.
반월공단에서 볼트·너트업체 지이엔을 운영하는 박원술 부사장은 “경영지도를 받은 지 몇 개월 만에 금형실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대기시간을 줄여 월 756만원의 비용을 절감했다”며 “현장에 변화의 바람까지 불고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반월=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