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24일 4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 배당 목표에 대해 ‘2013년보다 상당히 증가한 정도’라고 언급하자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시가배당률이 2.5%(작년 1.1%)는 돼야 투자자들이 만족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시가배당률 2배 넘게 높여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삼성전자 '고배당' 압박 나선 외국계 증권사
유럽계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는 27일 삼성전자 분석보고서를 통해 “올해 삼성전자의 시가배당률(dividend yield)이 2.5%는 돼야 기존 투자자들이 만족할 수 있고 새로운 투자자가 주식을 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가배당률 2.5%는 작년(1.1%)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1분기 스마트폰사업부의 안정적인 영업이익과 3월 출시되는 갤럭시S5의 디자인 변화, 공격적인 배당 성향이 주가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배당이 작년보다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은 배당 이슈에 대해 어둠 속에 남겨져 있다”고 비판했다. 매트 에번스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2013년 배당보다 올해 배당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했는데 ‘상당히’의 의미가 모호하다”며 “배당금의 기준이 되는 잉여현금흐름(FCF)도 해석의 폭이 다양하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삼성전자 '고배당' 압박 나선 외국계 증권사
자사주 매입을 권하는 외국계 증권사도 있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배당을 받는 주식 수가 줄어 1주당 배당금이 늘어난다. 대니얼 김 맥쿼리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 상승 기폭제는 D램·낸드 반도체 가격, 주력 스마트폰 판매실적과 함께 자사주 매입이 될 것”이라고 했다.

○“M&A 통해 성장성 키워야”

반면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정책’보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 기업 분할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시가배당률을 높이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면 당장 삼성전자 지분 49.73%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배당금 주머니는 지금보다 두둑해지겠지만 삼성전자의 성장성에는 긍정적이지 않다는 분석에서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재평가받을 수 있는 전략은 테슬라 같은 획기적인 신성장동력 기업을 M&A 하는 것”이라며 “삼성전자를 IM(IT모바일)사업부 등 완제품 부문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부문으로 기업 분할하는 것도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로 보상받기 힘들다는 생각이 드니까 배당을 늘리라고 하는 것”이라며 “회사 입장에선 배당은 조금만 늘리고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나 정보기술(IT)이 아닌 다른 사업체에 대한 M&A를 진행하는 것이 성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