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떨어져 빌리다 착안…형 아이디어에 동생도 사표
벤처캐피털서 6억 투자 받아…3분내 3000원에 바꿔줘
최혁재 마이쿤 대표는 “그렇다고 휴대용 충전기나 여분의 배터리를 준비해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누구나 느끼는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이쿤이 선보인 ‘만땅’ 서비스는 방전된 스마트폰 배터리를 완충된 배터리로 바꿔주는 서비스다. 홍익대와 강남 인근 등 서울 50여곳을 포함해 전국 70여개 가맹점을 방문하면 배터리를 교환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배달도 해준다.
2012년 12월 창업한 마이쿤은 기존에 없던 공유경제 모델을 제시한 점, 이용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 등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5월 본엔젤스벤처스에서 2억원의 초기 투자를 받았다. 이어 같은해 11월 IDG벤처스코리아에서 3억원, 본엔젤스벤처스에서 1억원 등 4억원의 후속 투자까지 유치했다.
◆창업 꿈꿔온 형제
마이쿤을 공동 창업한 최 대표와 최혁준 부대표는 연년생 형제다. LG전자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일하던 최 대표에게 배터리 교체 서비스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2012년 가을. 그가 급한 용무로 스마트폰을 쓰려 했지만 잔량이 거의 없어 회사 동료에게 배터리를 빌려달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업 아이디어를 전해 들은 동생이 먼저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 최 부대표는 “모바일 서베이로 시장조사를 해보니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며 “수요가 있겠다는 판단이 든 이상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무작정 홍대 앞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충전 수요가 많은 오후 6시부터 오전 5시까지 충전된 배터리를 챙겨들고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이 영업했다. 손님이 배터리 교체를 요청하면 배부름 현상, 외관·시리얼넘버 훼손 등 배터리 불량 여부를 체크해 A급일 경우 3000원에 바꿔줬다. 기준에 못 미치면 배터리를 판매했다. 최 대표는 “교체된 배터리가 불량이라고 항의하는 고객을 만나 보니 ‘비행기 모드’로 돼 있는 등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며 “직원이 오토바이로 배달하다 사고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3분 OK’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글로벌 서비스도 준비
두 사람 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형제가 고교생·대학생 시절이던 1990년대 말 정보기술(IT) 분야 벤처기업을 세운 친척의 창업 분투기를 곁에서 지켜본 것도 큰 자극이 됐다. 최 대표는 “학부 전공으로 정보통신공학을 택한 이유도 프로그래밍을 특별히 좋아해서가 아니라 창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피처폰 관련 기업, 국내 1위 PMP 업체였던 아이스테이션 등을 거쳐 LG전자에서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근무했다. 최 부대표는 체육을 전공해 국내 최대 황동봉업체 대창 등에 근무하며 영업·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형제는 틈이 날 때마다 사업 아이템을 함께 논의했다. 서로 분야가 달라 창업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마이쿤은 만땅 서비스를 바탕으로 오는 2월부터 또 다른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할 예정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