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살 미국 청소년 에릭은 교환학생으로 부산의 한 고교에 온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학생이 많다는 한국의 교육을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에릭은 첫 수업시간 5분이 지나자 반 아이들의 3분의 1이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잠에서 깨어나 1분 1초가 아까운 것처럼 놀았다. 다음 수업이 시작하자 다시 학생들은 잠을 잤다. 에릭은 이렇게 수업시간에 맨날 자면서 한국 아이들은 어떻게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는 미국 언론인 출신 저자가 한국 핀란드 폴란드 등 교육 강국과 미국의 교육제도를 탐사보도 형태로 비교한 책이다. 저자는 400여명의 세계 교육관계자를 만나고, 교환학생들을 인터뷰하고 설문조사하며 3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미국에서 3개 나라로 간 교환학생들의 생생한 체험을 쫓아가며 각 나라 간 교육 시스템의 차이를 전해준다.

오클라호마의 시골 마을에 살던 킴에게 핀란드의 학교는 유토피아 그 자체였다. 학생들은 과도한 경쟁이나 부모의 간섭 없이도 높은 학업 성취도를 유지했다. 학생들은 학교와 교사들을 존경했다. 실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핀란드 교육의 비결을 저자는 혹독한 교원 양성과정에서 찾는다. 교사가 되려면 석사학위는 기본이고 가장 어려운 코스로 학문을 마스터해야 한다. 교사가 되는 길이 다른 학문을 배우는 일보다 쉬운 미국과는 정반대였다.

폴란드에 교환학생으로 온 톰은 미국과 비교해 형편없는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자기도 모르는 수학문제를 암산으로 술술 풀어내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폴란드는 2000~2006년 15세 청소년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점수가 선진국 평균 이하에서 평균 이상으로 높아졌다. 1989년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경제난에 허덕이던 폴란드가 모든 커리큘럼을 바꾸고 교사를 재교육하는 획기적인 교육 개혁으로 환골탈태한 것. 저자는 “미국이 태블릿이나 전자칠판 같은 첨단 교육장비에 투자할 때, 폴란드는 교사와 ‘수업 기술’에 투자해서 교육 개선을 이뤄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 온 에릭은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를 잘할 수 있는지 그 비결을 알게 된다. 오전 8시에 온 학생들이 오후 9시에 학교를 나서고 다시 학원으로 향하는 모습을 본 것. 저자는 압력밥솥 같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성적에 집착하는 사회의 병폐에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면서도 ‘교육이 나라의 중심’이란 국민적 합의를 갖고 있는 한국의 모습을 희망적으로 해석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