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션산업 'SPA 쇼크'] 백화점서 밀려나는 토종…불황에 매출 '죽쑤고' 명품·SPA에 '방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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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패션시장 양극화
“우린 위에서는 해외 명품에 치이고 아래에선 SPA(제조·직매형 의류)에 시달리고 있어요.” “국내 업체 매출이 떨어졌다고 한꺼번에 매장을 빼라니 말이 됩니까.”
한 유통업체가 최근 국내 디자이너와 패션업체 관계자를 초청해 연 협력업체 간담회. 이날 참석한 패션계 인사들은 국내 브랜드가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고 입을 모았다. 비슷한 시기에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을 전면 개편하면서 ‘최연옥’ ‘신장경’ ‘쿠아’ ‘올리브데올리브’ 등 토종 브랜드 50여개를 철수시키기로 결정, 패션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 자리는 주로 수입 고가 브랜드들이 채웠다.
보통 백화점 2~3층에 몰려 있는 국내 여성복 브랜드는 백화점의 터줏대감이었다. 하지만 수입 명품과 저가 SPA로 소비자들이 빠져 나간 데다 불황까지 겹쳐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자리를 내준 것이다.
백화점들은 해외 명품과 SPA 업체에는 낮은 수수료율, 목 좋은 매장 등 여러 가지 ‘당근’을 준다. 국내 패션업체들의 평균 입점 수수료율이 20~30%대에 달하지만 명품과 SPA는 절반 수준인 10%대나 한 자릿수를 적용받고 있다. 토종 디자이너들이 ‘역차별’을 호소하는 이유다.
백화점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A백화점 상품기획자(MD)는 “업체들 사정도 이해하지만 소비자의 선호가 바뀌고 있다”며 “잘 팔리는 상품을 유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의류업체들이 백화점과 대리점 중심의 판매에 안주해 경쟁력 강화를 소홀히 했다는 ‘자기비판’도 나온다. 백화점이 알아서 손님을 모아주는 환경에 익숙해 상품 구색이나 매장 구성(VMD)을 강화하는 등 혁신을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이주하 코오롱패션산업연구원(FIK) 교수는 “SPA 열풍 초기에 국내 디자이너들은 ‘타깃 고객이 우리와 다르다’며 안이하게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의 쇼핑 방식이 백화점을 벗어나 편집매장, 아울렛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며 “유통 환경의 변화를 직시하고 비즈니스 모델 전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한 유통업체가 최근 국내 디자이너와 패션업체 관계자를 초청해 연 협력업체 간담회. 이날 참석한 패션계 인사들은 국내 브랜드가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고 입을 모았다. 비슷한 시기에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을 전면 개편하면서 ‘최연옥’ ‘신장경’ ‘쿠아’ ‘올리브데올리브’ 등 토종 브랜드 50여개를 철수시키기로 결정, 패션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 자리는 주로 수입 고가 브랜드들이 채웠다.
보통 백화점 2~3층에 몰려 있는 국내 여성복 브랜드는 백화점의 터줏대감이었다. 하지만 수입 명품과 저가 SPA로 소비자들이 빠져 나간 데다 불황까지 겹쳐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자리를 내준 것이다.
백화점들은 해외 명품과 SPA 업체에는 낮은 수수료율, 목 좋은 매장 등 여러 가지 ‘당근’을 준다. 국내 패션업체들의 평균 입점 수수료율이 20~30%대에 달하지만 명품과 SPA는 절반 수준인 10%대나 한 자릿수를 적용받고 있다. 토종 디자이너들이 ‘역차별’을 호소하는 이유다.
백화점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A백화점 상품기획자(MD)는 “업체들 사정도 이해하지만 소비자의 선호가 바뀌고 있다”며 “잘 팔리는 상품을 유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의류업체들이 백화점과 대리점 중심의 판매에 안주해 경쟁력 강화를 소홀히 했다는 ‘자기비판’도 나온다. 백화점이 알아서 손님을 모아주는 환경에 익숙해 상품 구색이나 매장 구성(VMD)을 강화하는 등 혁신을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이주하 코오롱패션산업연구원(FIK) 교수는 “SPA 열풍 초기에 국내 디자이너들은 ‘타깃 고객이 우리와 다르다’며 안이하게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의 쇼핑 방식이 백화점을 벗어나 편집매장, 아울렛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며 “유통 환경의 변화를 직시하고 비즈니스 모델 전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