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탐대실 걱정되는 우면산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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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선 국제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우리는 이번 일이 분명한 법적 근거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고 믿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드시 공정하고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월18일자로 단독 보도한 ‘지하철 9호선처럼…맥쿼리, 우면산터널서도 쫓겨나나’ 기사에 대해 브랜든 번 주한호주대사관 대사대리가 전한 호주 정부의 입장이다. 호주 기업인 맥쿼리가 한국에서 ‘공정하고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가 대주주인 우면산인프라웨이의 사업자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기사의 핵심내용이다. 맥쿼리가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취하고 있어 ‘공익을 위한 처분’이 가능토록 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47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논지다. 기사가 나간 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서울시 방침을 지지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과거 해외의 외국인 투자자산 국유화 사례를 보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대표적인 예가 2012년 4월에 있었던 아르헨티나의 스페인 투자기업 YPF 국유화 조치다. “에너지 개발 기업인 YPF가 증산을 게을리하는 바람에 세금을 들여 상당량의 에너지를 수입해야 했다”는 게 국유화 이유였다. 아르헨티나 국민들도 환영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스페인 정부는 국교단절을 경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YPF의 모기업인 스페인 렙솔은 아르헨티나 정부를 세계은행(WB)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와 미국 법원 등에 잇따라 제소했다. 만약 아르헨티나 정부가 진행 중인 소송에서 질 경우 수십억달러의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더 치명적인 건 신뢰의 추락이다. 이 사건 이후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외국 기업들은 잇따라 아르헨티나를 떠났다. 또 터널이 시유화되면 한국인 투자자들도 투자자금을 잃게 된다.
서울시는 맥쿼리와 맺은 계약이 지나치게 불리하게 돼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혈세를 아끼는 건 서울시의 마땅한 책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사례에서 보듯 무리한 사업권 취소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박 시장이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하는 이유다.
남윤선 국제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월18일자로 단독 보도한 ‘지하철 9호선처럼…맥쿼리, 우면산터널서도 쫓겨나나’ 기사에 대해 브랜든 번 주한호주대사관 대사대리가 전한 호주 정부의 입장이다. 호주 기업인 맥쿼리가 한국에서 ‘공정하고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가 대주주인 우면산인프라웨이의 사업자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기사의 핵심내용이다. 맥쿼리가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취하고 있어 ‘공익을 위한 처분’이 가능토록 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47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논지다. 기사가 나간 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서울시 방침을 지지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과거 해외의 외국인 투자자산 국유화 사례를 보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대표적인 예가 2012년 4월에 있었던 아르헨티나의 스페인 투자기업 YPF 국유화 조치다. “에너지 개발 기업인 YPF가 증산을 게을리하는 바람에 세금을 들여 상당량의 에너지를 수입해야 했다”는 게 국유화 이유였다. 아르헨티나 국민들도 환영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스페인 정부는 국교단절을 경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YPF의 모기업인 스페인 렙솔은 아르헨티나 정부를 세계은행(WB)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와 미국 법원 등에 잇따라 제소했다. 만약 아르헨티나 정부가 진행 중인 소송에서 질 경우 수십억달러의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더 치명적인 건 신뢰의 추락이다. 이 사건 이후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외국 기업들은 잇따라 아르헨티나를 떠났다. 또 터널이 시유화되면 한국인 투자자들도 투자자금을 잃게 된다.
서울시는 맥쿼리와 맺은 계약이 지나치게 불리하게 돼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혈세를 아끼는 건 서울시의 마땅한 책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사례에서 보듯 무리한 사업권 취소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박 시장이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하는 이유다.
남윤선 국제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