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각국 정부수반과 중앙은행 총재 등이 대거 참석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22일부터 열린 가운데, 포럼 참석을 거부하는 명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억만장자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다보스포럼 측의 계속된 초청에도 불구하고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그의 전임자였던 고(故) 스티브 잡스는 한 번도 다보스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와 제프리 이멜트 GE CEO도 이른바 ‘안티 다보스’ 인사로 분류된다. 이멜트는 “나는 다보스 같은 장소에 가지 않는다”고 경멸적인 어투로 말한 적도 있다고 NYT는 소개했다. 이외에도 구글 공동 설립자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을 비롯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도 몇 년 전부터 다보스 참석을 중단했다.

수많은 글로벌 명사가 앞다퉈 매년 다보스포럼을 찾는 가운데 이들이 다보스행을 거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세계 최대 채권펀드회사인 핌코의 엘 에리언 회장은 “포럼에 참석한 많은 사람을 돌아가며 잠깐씩 만나는 ‘스피드 데이트’의 가치에 회의가 든다”며 “나는 좀 더 집중적이고 덜 서두르는 모임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잡지에 ‘왜 나는 다보스에 가지 않는가’라는 기고를 통해 “세계는 수년간 불안해지고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다보스는 많은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비영리단체를 표방하는 다보스포럼에 대한 비판도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참가 자격이 까다로워 ‘영리적이고 폐쇄적인 사교 모임’이라는 평가도 그중 하나다. NYT는 “7만달러에 이르는 멤버십 티켓은 존경과 더불어 비웃음을 동시에 받고 있다”며 “상위 1% 중의 1%를 위한 고급 사교 클럽일 뿐”이라고 전했다.

한때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도 “기라성 같은 존재들이 대거 모여 서로 아첨의 말을 건네며 흥청거리는 곳”이라고 혹평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