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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프로골프 '간판 스타' 최나연 "2013년 '무승 오점' 씻으려면 더 독해져야죠"
해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후회가 많이 남습니다. 올해에는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쳐 꼭 우승해야죠. 저를 변함 없이 사랑해주시는 팬들에게 성적으로 보답하기 위해 더 악착같이 연습하고 있어요.”

최나연(28·SK텔레콤·사진)이 더 독해졌다. 2008년 미국 LPGA투어에 데뷔한 이후 통산 7승을 올렸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승수를 쌓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미국 집이 있는 플로리다 올랜도로 출국해 동계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최나연과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나연의 지난해는 아쉬움으로 요약된다. LPGA투어 24개 대회에 출전해 여덟 차례나 톱10에 진입하며 상금랭킹 9위(92만9964달러)에 올랐다. 50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을 정도로 꾸준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방이 없었다. 한국 여자골프 ‘간판스타’로선 성이 차지 않는 성적이다. 데뷔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하지 못했고 시즌 상금 100만달러 돌파 행진도 막을 내렸다.

“후회를 남긴 경기가 많았습니다. 강풍이 부는 악천후 속에서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기회를 놓친 브리티시여자오픈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팽팽한 우승 경쟁을 벌이다 졌지만 실패의 경험을 통해 많이 배웠고 한 단계 성장했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딱 맞는 경우다. 최나연은 더 강해지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는 “미국에서 6년을 뛰면서 연간 평균 30주 동안 계속되는 시합에 지쳤던 게 사실”이라며 “체력이 떨어지니 게임에 집중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최나연은 “동계훈련 동안 체력훈련 위주로 연습하고 있다”며 “작년까지는 5~6주가량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했는데 올겨울에는 9~11주로 늘려잡았다”고 말했다. 시즌이 시작되고 난 뒤에도 체력훈련은 계속할 계획이다.

한국 여자프로골프 '간판 스타' 최나연 "2013년 '무승 오점' 씻으려면 더 독해져야죠"
최나연의 동계훈련 시간표는 빽빽하다. 오전 9시 골프 스윙 연습부터 오후 6시 웨이트트레이닝까지 시간대별로 촘촘하게 훈련 일정이 잡혀 있다. 그는 “시즌 개막이 다가오면서 퍼팅 훈련에도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며 “‘퍼트의 대가’로 알려진 퍼트 코치 데이브 스톡턴에게 레슨을 받기 위해 로스앤젤레스까지 다녀왔다”고 말했다.

올 시즌 목표가 ‘후회 없는 경기’와 ‘우승’이라면 장기적인 목표도 있다. 최나연은 “골프가 다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꼭 국가대표로 출전하고 싶다”며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겠지만 국가대표로서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박)세리 언니를 보며 꿈을 키우고 계속 도전해온 ‘세리 키즈’인 것처럼 요즘엔 저를 바라보며 ‘나연 키즈’라고 말하는 주니어 골퍼들이 있어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부담도 느끼지만 기분이 정말 좋아요. 그 친구들도 저처럼 꿈을 잃지 않고 꼭 세계 정상의 무대에 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선배들이 우리에게 해줬던 것처럼요.”

아마추어 골퍼를 위한 원포인트 레슨도 잊지 않았다. 최나연은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선 홀마다 최소한 보기로 막겠다는 생각으로 게임에 임하라. 욕심을 버리고 실수를 최소화하면 경기가 훨씬 더 쉬워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술적인 부분에선 스톡턴에게 받은 퍼팅 레슨도 소개했다. 최나연은 “퍼팅할 때 손목을 많이 써 정확성이 떨어진다면 어드레스하면서 손목을 조금 들어보라”며 “퍼터 헤드 앞쪽(토)이 지면에 더 가깝도록 손목 위치를 조정하면 손목의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