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는 여러모로 파격적이다. 검찰의 핵심인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 28명 가운데 26명이 일선 고검과 지검으로 전보됐다. 관행적으로 승진이 보장되던 특수부 부장들도 지방으로 내려갔다. 검사들 사이에선 중국식 하방이라는 말이 나오는 정도다. 신설된 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팀을 베테랑 검사들로 구성하고, 서열 중심의 기수를 파괴해 전문역량을 갖춘 검사를 주요 보직에 배치한 것도 주목된다. ‘일하는 검찰’로 개편해 수사의 품질을 높이겠다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한마디로 잘된 인사다. 검찰이 달라져야 한다는 게 국민적 요구다. 국가정보원 댓글사건과 관련한 부실수사, 무리한 수사 논란에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소동 등으로 내부 기강과 지휘계통이 무너져버린 검찰을 지켜봐왔던 터다. 경력 관리와 승진을 위한 줄대기 같은 잘못된 관행을 깨고, 묵묵히 일하는 유능한 검사들에게 기회를 주어 일하는 검찰로 거듭나려는 다짐은 개혁을 향한 의미있는 시동이다.

하지만 작은 출발일 뿐이다. 무엇보다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권에 안테나를 꼽은 채 눈치나 살피며 한 건 올려 점수를 따려는 일탈행위가 속출해왔다. 국민이 아니라 검찰총장 개인을 끝까지 지키겠다며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상급자의 지휘에 항명하는 튀는 수사로 정치적 이슈를 만드는 간부들이 돌출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본란에서 누누이 지적했듯 검찰 내부에 과거 군부의 하나회 같은 사조직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던 이유다.

툭하면 검란 운운하며 국민을 위협하고, 강압수사 별건수사 등 구태도 여전했다. 검찰이 정치물을 빼야 비로소 바로 설 수 있다. 군림하는 검찰이 아니라, 봉사하는 검찰이 돼야 한다. 김 총장은 지난 10일 검찰동우회 신년회에서 ‘지속적인 검찰 개혁’과 ‘환부만 도려내는 적중의 수사’를 강조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김 총장의 검찰 개혁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