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은 인터뷰에서 “올해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태극마크를 꼭 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기열 기자
박희영은 인터뷰에서 “올해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태극마크를 꼭 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기열 기자
“미국에서 6년 동안 머무르지 않고 항상 조금씩 성장해온 저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올해도 우승 한 번은 해야죠. 기왕이면 가장 어렵고 전통 있는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싶네요.”

박희영(27·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미국 LPGA투어에서 한 차례 우승(데뷔 2승째)하는 등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고 자평한다. 그는 지난해 7월 매뉴라이프클래식 우승을 포함해 브리티시여자오픈 준우승(8월), 숍라이트클래식 3위(5월) 등 ‘톱10’에 다섯 번 들었다. 상금 84만8676달러를 획득해 상금랭킹 10위에 올랐다. 지난달 말 동계훈련을 위해 집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출국하기 전 박희영을 용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메이저 우승 가능성 확인”
“지난해 사소한 실수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기회를 놓친 것들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예선 탈락은 단 한 번에 불과했어요. 메이저대회(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 가능성을 봤고, 바람이 많이 부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타수를 지키는 방법을 터득하는 등 수확이 많았죠.”

지난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매뉴라이프클래식에서 연장 세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을 확정지었던 순간이라고 했다. 연장전에서 한 번도 패한 적 없는 앤절라 스탠퍼드(미국)와 붙었기 때문에 처음엔 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여기까지 온 것으로 만족하자며 19번째 홀이라고 생각하고 쳤어요. 긴장을 초월해서 허공을 날고 있는 느낌이었죠. 우승을 확정지었을 때 한계를 극복한 것 같아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는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2011~2012년 겪은 손목 부상을 털어낸 데다 스윙을 교정한 덕분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초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를 가르친 션 호건 코치를 만나면서 공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기술샷을 많이 연습했어요. 100야드 이내 쇼트게임을 많이 개선하면서 버디 확률을 높여 자신감이 커졌죠.”

항상 웃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박희영이지만 한국에서 4승을 거두고 2008년 시작한 미국 생활은 힘들기만 했다.

“데뷔 후 4년 동안 우승이 없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혼자 다니다보니 세상과 동떨어진 것 같고 친구나 가족에게 고민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약간 우울증까지 겪기도 했어요. 이때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고 생각했죠. 골프에서 성적이 전부가 아니란 깨달음을 얻은 뒤 팬들에게 제가 정말 골프를 좋아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오늘 못하면 내일 잘할 수 있고, 이번 홀에 보기를 해도 다음에 이글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태극마크 달아야죠”

박희영은 2014년 국가대표를 꿈꾸고 있다. 그는 “올해 신설되는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3월 말까지 많은 대회에 나가 세계랭킹을 바짝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즌 개막전인 바하마LPGA클래식부터 호주여자오픈, 혼다LPGA타일랜드, HSBC여자오픈 등 1~2월 열리는 모든 대회에 참가해 초반부터 기세를 올릴 계획이다.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메달을 따고 싶다”며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영은 동계훈련 계획도 들려줬다. “우선 퍼팅을 보완할 거예요. 퍼팅을 잘하는 선수들은 루틴이 일정한데 저는 몇 번 실수하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요. 일관성 있는 퍼트를 만드는 반복훈련을 할 겁니다. 거리를 늘리기 위한 체력훈련과 좌우 근력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운동도 해야겠죠.”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에이밍을 정확히 할 것을 역설했다. 박희영은 “아마추어들은 필드에서 에이밍에 약점을 보인다”며 “미국인은 타깃을 잘 잡고 서는데 한국인은 셋업 때 오른쪽으로 서는 경우가 90%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습장에서도 한자리에서 치지 말고 샷을 할 때마다 타석을 벗어났다가 다시 셋업을 해야 한다”며 “1m 앞에 타깃을 정하고 다시 타석에 들어가 연습하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